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일 0시 반(현지시각)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부인 질 바이든이 곁을 지키고 서 있다. 윌밍턴/EPA 연합뉴스
“우리는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 개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투표 당일 밤인 4일 0시 반(현지시각)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야외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연단에 오른 그는 “우리는 지금 상황에 대해 좋다고 느낀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승리로 가고 있다”며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믿음을 가져라. 우리는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먹을 쥐어 흔들며 선거 승리를 자신했지만, 상기된 표정 뒤에는 긴장감이 함께 느껴졌다.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에 대해 느낌이 좋다.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길 것”이라며 개표 과정에서 밀리고 있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 탈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깜짝 발표는 애초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던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박빙으로 흘러가고 심지어 바이든 후보가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대표적 경합주로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였다. 바이든 후보는 플로리다를 뺏기면서 조기에 대선 승리를 선언한다는 계획을,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예고하고 확신시키는 것으로 바꿨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승리를 향한 직선코스가 사라졌지만, 구불구불한 우회도로를 통해 결국 승리로 간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과 민주당 진영은 최종 승리를 확신했지만 잇따라 전해지는 경합주의 패배와 열세 소식에 당황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미 온라인 매체 <더 힐>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조심스레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플로리다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낙관적 예상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기 승리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바이든 후보 진영은 우편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쪽보다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 더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우편투표를 투표 당일까지만 인정하지만, 박빙 지역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20명)는 대선일 사흘 뒤에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의식해 이날 새벽 “연방 대법원으로 가겠다. (투표일 이튿날) 새벽 4시에 나타난 표(우편투표)가 집계에 포함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진영도 곧바로 “이를 막겠다”고 공언해, 우편투표 인정 여부를 놓고 양쪽이 사활을 건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이든 후보 지지자 수백명은 밤늦게까지 백악관 인근 광장에 모여 “트럼프는 끝났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기원했다. 집회 참가자 말리크 윌리엄스(27)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가는 걸 조금이라도 먼저 축하하기 위해 왔다”며 “만약 바이든이 (선거에서) 진다면 역사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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