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주민들이 대선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남의 집 토끼를 빼앗아왔고, 집 나간 우리 집 토끼를 되찾았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은 경합주 6곳 중 3곳을 가져온 게 큰 몫을 했다. 이 가운데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것과 2016년 대선에서 충격적 패배의 원흉이 됐던 ‘민주당 텃밭’ 위스콘신(10명)을 다시 가져온 것이 이번 선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가 확실시되는 애리조나는 지난 72년 동안 민주당이 단 한 차례(1996년)만 이겼을 정도로 공화당세가 강한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86%를 개표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50.7%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47.9%)을 제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언론은 이변의 원인으로 도시화로 인한 젊은 인구의 유입과 매케인 효과 등을 꼽는다. 미국 서남부 사막지대에 있는 애리조나는 피닉스, 투손 등 주요 도시들의 덩치가 커지고 기업이 늘면서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도시화와 젊은 인구의 증가는 통상 민주당에 유리한 요인이다.
애리조나가 바이든에 기운 또 다른 이유로, 지역의 대표 정치인이었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이 꼽힌다. 트럼프는 베트남전쟁 포로였던 매케인 전 의원을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조롱했는데, 이 때문에 매케인은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았다.
2년 전 남편을 여읜 부인 신디 매케인은 남편의 뜻을 이어,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선거 직전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위스콘신은 1988년부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28년 만인 2016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2만7천표, 단 0.7%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눌렀다.
당시 언론은 쇠락한 공업도시인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위스콘신의 성난 백인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는데, 4년 만에 다시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8월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 총격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의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커노샤에서는 트럼프의 득표율이 바이든보다 3.1%포인트 높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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