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소 애용하는 샤피펜으로 서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대선 승자를 결정짓지 못하는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혼란을 부르는 ‘가짜뉴스’가 여럿 보도되고 있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미시간주에서는 개표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표가 13만표 늘어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표는 한 표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을 정리한 그래픽이 트위터 등에 퍼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리트위트했다.
이 현상은 기술적 이유 때문으로 드러났다. 개표수를 집계하는 주당국이 오류가 난 파일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데, 묘하게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해당 선거 모니터링 누리집 관계자는 “데이터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정정한 것뿐”이라며 “이런 일은 선거 날 밤에 일어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정정된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결국 논란을 제기했던 트위터 이용자는 해당 글을 삭제했으나, 일부 트럼프 지지자 등은 이 글을 아직도 공유하고 있다.
선거인단 10명이 걸린 위스콘신주에서는 투표수가 등록 유권자 수보다 많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스콘신주의 등록 유권자 수가 312만9천명인데, 최종 투표수는 323만9920명으로 10만명 이상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이런 주장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이 역시 단순 실수였다. 위스콘신주의 지난 1일 기준 등록 유권자 수는 368만여명인데, 누군가 등록 유권자 수를 잘못 적은 것이다. 게다가 위스콘신주는 선거 당일 유권자 등록을 허용하고 있어, 실제 등록 유권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는 ‘샤피펜’으로 투표를 하면 기계가 인식하지 못해 무효 처리된다는 소식도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애리조나 주민들이 선거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샤피게이트’(#SharpieGate)라는 해시태그도 확산됐다. 애리조나주와 미시간주 당국은 “샤피펜 등 어떤 종류의 펜을 사용해도 투표 용지는 처리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부정투표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근거를 대지 못하면서 우군이었던 매체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이날 <폭스 뉴스> 아침 쇼 ‘폭스와 친구들’에 출연해 늦게 도착한 우편투표를 ‘부정투표’라고 말했다가 진행자에게 “실제 사례가 있으면 말해달라”는 질책성 질문을 받았다. 본디 전 장관은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이 방송은 전날 트럼프 쪽 변호인 로버트 줄리아니가 개표중단 소송을 낸 것을 중계방송한 뒤 “그 불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언론은 더 냉정하다. <에이비시>(ABC)와 <시비에스>(CBS), <엔비시>(NBC) 방송은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인 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거짓 주장을 이어가자 아예 생중계를 중단했다. 최현준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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