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현지시각)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당선자가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선언을 하며,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윌밍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4년 단임으로 멈춰 세웠다.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비백인 부통령에 오르는 역사를 쓰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대표되는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는 큰 과제를 안았다.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밤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한 연설에서 “이 나라의 국민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승리, 확실한 승리, ‘우리 국민’의 승리를 가져다줬다”고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어 “나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서로에게 기회를 주자. 이제 거친 언사를 뒤로할 때”라며 “지금은 치유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9일 코로나19를 다룰 전문가 그룹을 임명하겠다고 밝히는 등 코로나19 대처를 최우선 업무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맹 복원과 다자주의를 내건 바이든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대통령에 취임하게 됨에 따라, 미 정부의 대외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서 벗어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 동맹에서도 바이든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오전 대선 개표에서 선거인단 20명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전체 538명의 과반)을 넘어서면서 대선 승리를 확정지었다. <시엔엔>(CNN) 등 미 언론은 일제히 바이든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네바다(6명)에서도 이겨,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고 있는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에서도 승리할 경우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00년 이후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에 실패한 여섯번째로 기록될 예정이다. 그는 바이든 당선 보도가 나온 뒤 “이번 선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단순한 팩트”라며 불복 투쟁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캠프를 통해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는 모두 조 바이든이 왜 서둘러 거짓으로 승자처럼 행세하는지, 그의 미디어 우군들이 왜 그토록 그를 열심히 돕는지 알고 있다”며 “바로 그들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부터 본격적으로 개표를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박빙 승부 지역에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소송전에 나설 경우, 바이든 당선이 법적으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