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각)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개표소 앞에 모여,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11월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3%밖에 안된다는 예측을 내놨던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조 바이든 후보 지지율을 과대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태도는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10%로 제시했던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의 설립자 네이트 실버가 “우리는 상당히 잘했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온라인에 공개한 기사에서 “우리의 예측 모델은 바이든 당선자가 쉽게 이길 것으로 봤다”며 “이런 예측 실패는 정량적 모델의 일반적 오류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보통 여론조사 기관들은 과거의 실수를 보정하는 작업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지난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과대 평가했던 주에서 이번에도 바이든 후보 지지율을 실제보다 더 높게 봤다”고 평가했다.
예측이 빗나간 건, 트럼프 지지층 중에서도 백인 노동자들을 지난번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정확히 파악하기 못한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여론조사 기피 때문인 듯 하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여론조사 기관들로서는 풀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네이트 실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쓴 글에서 “여론조사 오차를 이른바 ‘샤이(소심한) 트럼프 지지층’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특정 유권자 집단은 전화 여론조사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더 그럴 듯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통계학적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여론조사 응답률이 계속 떨어지는 게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응답률 하락이 예측 가능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8일 밤 현재 실제 개표 상황을 <이코노미스트>의 자체 여론조사와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종합한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와 비교하면, 주별 승자 예측이 틀린 곳은 플로리다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두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3%포인트 차이로 두곳에서 모두 패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98% 개표 상황에서 1.4~3%포인트 차이로 바이든 당선자를 앞서 있다.
또 바이든 당선자가 비교적 여유 있게 이길 것으로 예측된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의 경우 바이든의 우세는 1%포인트 미만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박빙 우세로 예상된 아이오와(동률 또는 1.3%포인트 우세), 오하이오(0.8~1%포인트 우세), 텍사스(1.1~2%포인트 우세)는 막상 뚜껑을 열자, 트럼프 대통령이 6~8%포인트의 꽤 큰 차이로 바이든 당선자를 앞섰다. 선거 전부터 우열이 확연했던 40개 주 가운데 루이지애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도 여론조사 예측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득표가 더 많았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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