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자, 법무부 내 선거범죄 담당 고위 검사가 이에 반발해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정권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갈등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9일(현지시각) 법무부 공직자청렴수사국(PIS) 산하 선거범죄부서 책임자인 리처드 필저 검사는 바 장관의 부정선거 조사 지시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항의 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필저 검사는 동료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바 장관이 “선거 결과가 이의 없이 확정되기 전에는 부정선거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던 ‘40년 정책’을 폐지하는 중대한 새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고 모든 재검표와 다툼이 끝날 때까지 명시적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 기존 정책인데, 이를 뒤엎었다는 것이다.
필저 검사는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당파적 두려움이나 치우침 없이 공격적이고 부지런하게 연방 선거법과 정책, 관례를 집행하기 위해 여러분과 일하는 것을 매우 즐겼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 장관은 이날 전국의 연방 형사 검사들에게 메모를 보내 “투표 부정에 대한 실질적 혐의가 있다면 여러분의 관할구역 내 특정 지역에서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에 앞서 이를 추적하는 것을 재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연일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법무 장관이 총대를 매고 검사들에게 관련 수사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이다.
바 장관의 이런 지시는 필저 검사를 포함해 법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놀랄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시엔엔>이 관련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법무 당국자들 사이에서 몇 주 동안 내부 논의를 했는데, 부정선거 의혹 수사에 대한 정책 변화는 ‘나쁜 생각’이라는 의견을 바 장관에게 전달했었다고 한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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