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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이든, 북한에 ‘트럼프가 이룬 진전 포기 않는다’ 신호 줘야”

등록 2020-11-11 04:59수정 2020-11-11 16:55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 기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식 취임하기까지는 몇달이 남았지만, 한국을 주목하는 이들은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 한-미 동맹과 대북 관계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띠게 될지 따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유려하지만 모호한 언론 칼럼, 진부한 선거유세 연설, 철 지난 수사의 반복이 고작이다.

이런 분석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많은 분석가들은 바이든 당선자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되살릴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무기를 비축할 시간만 벌어준, 실패한 정책이다.

미국 워싱턴의 많은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당선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과 이룬 진전을 폐기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나는 좀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정치 역학에 심도 깊은 변화를 줄 혁명적인 시도를 할 동기가 차고 넘친다고 나는 주장한다. 한-미 동맹과 대북 관계에 있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룬 것 가운데 성공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잘한 부분을 결합하는 시도를 할 만하다고 본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금까지 동맹을 강하게 옹호해온 인물이며, 앞으로는 이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조기에 매듭지으려 할 것이다. 한국이 그동안 동맹 유지를 위해 금전적으로 충분히 기여하지 않았다는 바보스러운 주장을 완전히 끝내면서 말이다. 바이든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조속히 매듭지을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서울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접근법을 추구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2020년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늦춰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작권 전환 대비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실제 전환이 늦춰질 가능성은 있지만, 한미 두 나라는 올해 연말까지 최종 전환 시한을 확정해야 한다. 한국군은 시한에 맞춰 전작권을 넘겨받을 능력을 분명히 갖춘 만큼, 이 정도 일정이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바이든 당선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색다른 접근법을 고스란히 복사해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치적 경쟁자가 이뤄냈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진전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줄 행동에 당장이라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말이 중요하다. 바이든은 미국과 북한이 거친 수사와 핵전쟁 위협을 계속 주고받던 2017년의 어두운 시기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대북 관계’ 도출을 원한다고 조속히 선언해야 한다. 그 뒤에는, 평양과 관련된 사안을 단계별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과 발언하기보다 경청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런 행동은 안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또 두 나라가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을 찾는 시도로 비칠 것이다.

서울의 문재인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당연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새로운 미 행정부 인사들에게 지나친 압력을 가하는 행동을 피하겠지만, 자신들의 대북 정책 노선을 부드럽게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선택 가능한 방안은 많지만,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제재, 코로나19, 태풍 피해, 식량 안보 등 북한이 현재 직면한 여러 어려움을 고려하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앞으로 몇달 동안, 워싱턴과 서울은 비핵화의 첫 단계를 밟는 차원에서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긴장 완화 방안에 합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호응해 북한이 내놓을 것은 많다. 이 가운데 석탄·섬유 등에 대한 수출 규제 해제와 맞바꿀 용의가 있는 것으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쇄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및 핵실험 완전 중단 합의를 꼽을 수 있다. 이 거래는 종전 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기타 신뢰 구축 조처 등과 묶음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의미 있는 실무급 대화를 원하는 걸 고려할 때, 이 모든 조처의 첫걸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대통령 취임 직후 워싱턴으로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북한 문제를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낙관하지만, 포괄적인 정책 검토가 끝나는 시점이 될 내년 봄까지 기다린다면 모든 힘이 빠질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경제, 중국 등과 같은 최대 현안에 우선 집중하고 다른 문제는 제쳐두려는 자연스러운 충동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바이든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할 때만 북한 문제에 집중한 오바마 행정부 등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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