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9월24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의 인준을 강행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상원에서 보수 성향 인사들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로 인준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지명한 두 명의 연준 이사를 올해 안에 인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되면 바이든 당선자가 금융 규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선거 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인준을 서둘러, 연방 대법원을 압도적인 보수 우위 체제로 만든 것 같은 상황이 연준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원이 이사 인준을 강행할 경우, 현재 2명의 자리가 비어 있는 연준은 6 대 1의 압도적인 공화당 우세로 기운다. 민주당 쪽 이사는 레이얼 브레이너드뿐이다.
인준을 앞둔 이사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출신인 주디 셸턴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부총재 크리스토퍼 월러다. 이 중 셸턴은 대표적인 ‘코드 인사’로 지목되면서 중도 성향 공화당 의원들한테도 반감을 사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7월21일 두 사람의 임명안을 표결 처리했는데, 셸턴은 찬성 13, 반대 12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월러 부총재는 찬성 18, 반대 7로 무난하게 통과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연준 이사뿐 아니라 각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은행 관련 법 집행이나 감독, 합병 승인 등은 연준 이사들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민주당이 상원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바이든 당선자의 경제 정책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릴 여지가 높은 상황에서, 연준마저 보수 색체가 강화되면 바이든 당선자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