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쌍십일절의 매출액이 표시돼 있다. 항저우/A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올해 ‘쌍십일절(11·11, 광군제)’에 83조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우고도 표정이 어둡다. 바로 전날 중국 정부가 인터넷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시가 총액이 10% 가까이 떨어진 탓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마윈 창업자의 정부 비판 발언 이후 핵심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연기되는 등 정부 쪽과 마찰을 빚어 왔다.
12일 알리바바는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쇼핑절 기간 동안 알리바바 전체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이 4982억위안, 한국돈 약 83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거래액 2684억 위안(약 45조7천억원)보다 85%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11일 하루 거래액만 집계했고, 올해는 1~11일로 집계 기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경쟁업체 징둥도 이달 1~11일 거래액이 2715억 위안(약 45조6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전년처럼 매출을 실시간 공개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 발표하는 등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하루 앞선 10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중국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규제 초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초안에는 민감한 고객 자료를 공유하거나 담합해 경쟁사를 몰아내고 보조금을 지급해 서비스를 원가 이하로 제공하는 행위 등을 반독점 행위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상거래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알리바바에게는 매우 의미심장한 조처가 될 수 있다.
이 발표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10일 하루 동안 275.4홍콩달러에서 249달러로 26.4달러(9.6%)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850여조원에서 770여조원으로 80여조원 날아갔다. 알리바바를 포함해 텐센트, 메이퇀, 징둥, 샤오미 등 중국 정보통신(IT)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0~11일 2600억달러(약 294조3200억원) 감소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자유로웠던 중국 인터넷 사업 환경이 이번 규제 도입을 계기로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알리바바는 마윈 창업자가 지난달 공개 행사에서 중국 금융 당국의 감독 기조를 비판한 뒤 알리바바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이 상장을 이틀 앞두고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량타오 부주석은 전날 한 금융포럼에서 “핀테크는 금융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근본적으로 금융 본질을 바꾸지 못했다“며 “핀테크 금융활동은 (은행과) 같은 포괄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규제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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