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군으로 여겨온 보수 매체 <폭스 뉴스>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를 혼내주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그는 <폭스>를 파괴할 계획이다. 그 점에는 의문이 없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케이블 채널을 만들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지만 이 방안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비용과 시간이 덜 드는 디지털 미디어 채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면서 지지자들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는데, 이들을 디지털 미디어 채널의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폭스 뉴스>의 경우 무료체험자들의 85%가 월 5.99달러짜리 유료회원으로 전환하는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가 아닌 새 디지털 미디어가 자기 지지자들이 으뜸 채널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한다.
<폭스 뉴스>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매체였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뿜어왔다. 이 매체가 전보다 민주당 인사들의 인터뷰를 많이 한다는 불만이었다. 그는 대선 당일인 지난 3일 오전 이 매체의 ‘폭스 앤 프렌즈’ 인터뷰에서 “폭스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대선 당일 밤 <폭스 뉴스>가 개표 초반에 애리조나주의 승자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라고 예측선언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치솟게 했다. 당시 백악관은 <폭스 뉴스>에 연락해 예측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 매체는 수용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지난 7일 일제히 바이든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지만, <시엔엔>(CNN) 등 일부 매체는 여전히 박빙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의 승자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폭스 뉴스>가 이 일로 실수를 했다고 여긴다고 <액시오스>는 짚었다.
<폭스 뉴스>는 또 지난 9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선거사기를 주장하자 이를 생중계하다가 송출을 중단하는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투쟁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도 <폭스 뉴스>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폭스 뉴스의 낮시간대 시청률은 완전히 무너졌다. 주말 낮시간대는 더 나쁘다. 이걸 지켜보게 돼 아주 슬프지만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고 무엇이 그들을 거기까지 가게 했는지 잊어버렸다”며 “그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잊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2016년 선거와 2020년의 가장 큰 차이는 폭스 뉴스다”라고 적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