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앙아메리카 콜롬비아의 산안드레스 섬의 해안 도로와 나무가 허리케인 요타로 인해 부서져 있다. 산안드레스/EPA 연합뉴스
대서양에서 초대형 허리케인이 2주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올해만 벌써 서른 번째 허리케인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고, 11월에 두 차례 초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17일 오후(현지시각) 올해 30번째 허리케인 ‘요타’(Iota)가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를 거쳐 온두라스에 상륙했고, 엘살바도르를 관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요타는 전날인 16일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세력을 키웠으나, 니카라과에 도달할 무렵 4등급으로 세력이 줄었다.
요타의 상륙지인 니카라과의 북부 해안 도시 푸에르토 카베사스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니카라과 해안과 가까운 콜롬비아의 섬들도 요타에 휩쓸렸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보도했다. 니카라과 부통령이자 영부인인 로사리오 무릴로는 8살, 11살 형제자매가 강을 건너려다 익사했고, 푸에르토 카베사스의 임시 병원 지붕이 뜯겨 나가 환자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최대 시속 120㎞ 강풍을 동반한 요타는 시속 19㎞ 속도로 내륙으로 이동 중이며,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벨리즈 등 중미 국가에 최대 300㎜의 폭우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은 요타의 예상 경로에 있는 주민 수만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2주 전인 지난 3일에도 4등급의 초대형 허리케인 ‘에타’(Eta)가 이들 국가를 강타했다. 에타의 첫 상륙지는 요타의 상륙지와 불과 24㎞ 떨어져 있었다.
지난 14일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주 우라미타-다베이바 도로의 차들이 허리케인 에타로 인한 산사태로 흙에 묻혀 있다. 안티오키아/EPA 연합뉴스
에타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4등급 허리케인 요타가 들이닥쳐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에타로 인한 사망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당국은 에타로 인한 집중 호우로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은 상황이라며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과테말라에서는 지난 5일 에타로 산사태가 발생해 한 마을이 통째로 매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150여채의 주택이 파묻혔지만, 과테말라 당국은 산사태 발생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해 수색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상 한 마을이 묘지로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100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허리케인 요타가 중앙아메리카 콜롬비아의 산안드레스 섬의 해안 도로에 들이치고 있다. 산안드레스/EPA 연합뉴스
올해 대서양에서는 요타까지 총 서른 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종전 기록인 2005년 28개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허리케인 시즌이 종료되는 때인 11월에 4등급의 허리케인이 두 개나 발생하는 것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기상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욱 강력하고 많은 폭풍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원 필 클로츠바흐는 “요타는 1932년 11월8일 강타한 쿠바 허리케인을 제치고 다른 어떤 5등급 허리케인보다 늦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