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0 미 대선 결과 불복 집회에 나온 한 참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판판이 깨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에는 대통령 선거인단 20명으로 경합주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펜실베이니아 중부연방지법의 매슈 브랜 판사는 트럼프 캠프가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을 이날 기각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 소송에서, 주 내의 다른 지역 유권자들과 달리 우편투표에서의 실수를 수정할 기회를 못 얻었다는 2명의 유권자를 내세워 펜실베이니아 전체의 개표를 무효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브랜 판사는 무려 37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억지 주장”이라며 트럼프 캠프의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브랜 판사는 “(결과를 뒤집는) 깜짝 놀랄 결과를 추구한다면 고소인은 강력한 법적 주장과 만연한 부정에 관한 사실적 증거로 단단하게 무장해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그는 “미국에서 이걸로는 인구 규모 6번째 주(펜실베이니아)의 모든 유권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단 한 명의 유권자의 표를 박탈하는 것조차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를 내세워 ‘조 바이든 승리’라는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선거 사기’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법정에서 망신만 당하고 있다. 이날까지 트럼프 대통령 쪽은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곳곳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아주 소소한 2건만 이기고 32건에서 졌다고 민주당의 선거 변호사인 마크 엘리아스가 집계했다. 네바다주에서도 법원은 트럼프 캠프의 재선거 요구를 기각했다. 조지아주는 트럼프 캠프의 요구대로 재검표를 한 끝에, 지난 20일 경합주들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바이든 승리라는 결과를 공식 인증했다. 주별로 개표 결과 인증 마감일도 다가오고 있다. 오는 23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24일 네바다, 30일 애리조나, 12월1일 위스콘신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그럼에도 시간 끌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연방판사의 이날 기각 결정에 반발하면서 연방대법원까지 끌고갈 뜻을 밝혔다. 또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미시간주 공화당은 이날 미시간 개표참관위원회에, 개표 결과 인증을 2주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시간 개표참관위원회가 이 요청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주별 선거인단 명단 작성 마감일은 12월8일이고,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은 12월14일이다. 늦어도 이때까지는 불복 논쟁이 끝나야 하는 셈이다.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자에게 정권 이양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