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발탁될 것으로 보도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새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내정함으로써, 협상력 있는 ‘중량급 인사’를 통해 안정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 주요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각) 바이든 당선자가 다음 주 중 옐런 전 연준 의장을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된다. 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1997년 빌 클린턴 행정부), 중앙은행인 연준 의장(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재무장관까지 맡는 첫 인물이 된다. 노동 경제학자 출신인 그가 여성의 사회 활동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바이든의 옐런 지명 계획은 모두를 만족시킬 인물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보기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같은 좌파 인사의 입각이 어렵다면 그가 차선책이다. 워런 의원도 24일 트위터를 통해 “옐런은 재무장관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연준 의장 시절에 물가 억제에 힘을 기울인 점 등을 볼 때 금융계도 큰 불만은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연준 의장 인준 때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을 포함한 초당적 지지를 받은 만큼, 공화당이 그의 인준에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옐런 전 의장은 유럽 등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가 외국 재무장관들이나 중앙은행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점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상당한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면, 최우선 과제는 추가 경기 부양책 논의를 빠르게 되살리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바이든 당선자의 정부 지출 확대와 증세 공약이 그가 맡을 두번째 과제다. 공화당의 반대를 최소화하면서 이 공약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느냐가 ‘옐런 재무장관’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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