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억제를 위한 파리협정 5주년을 맞아 12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 5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추가 노력을 촉구하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엔과 영국, 프랑스가 12일(현지시각) 공동 주최한 온라인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이 탄소 중립(순 탄소 발생을 0으로 만드는 것)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세계 70여개국 지도자가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아직도 우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걸 부인할 사람이 있냐”고 반문한 뒤 “지구촌이 진로를 바꾸지 않으면 21세기 안에 기온이 3.0℃ 이상 상승하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로크 샤르마 영국 산업부 장관도 세계 지도자들이 제시한 기후변화 대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고 45개국이 2030년까지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책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도 새로운 화석연료 탐사 지원을 중단하고, 상장기업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정도를 평가해 보고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새로운 목표 설정에 합의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보다 65% 이상 줄이겠다며 풍력과 태양력 발전 설비도 3개 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한국과 일본도 석탄 발전소 관련 자금 지원 점진적 폐지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석탄 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유엔과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축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법률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전에도 탄소 배출 삭감 목표를 각의결정(국무회의 의결)해왔는데, 이번에는 법률로 제정해 의지를 더 강하게 보이겠다는 이야기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맺은 국제 협정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협정 탈퇴 등으로 최근까지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서 협정에 복귀할 경우 상황을 희망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의 니클라스 회네 교수는 “(미국을 포함해) 각국이 탄소 중립 계획을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파리협정의 목표가 달성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네 교수가 ‘뉴클라이밋 연구소’ 등과 함께 분석한 결과,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한 전세계 120개국이 약속을 지킬 경우 21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1℃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