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 두 사람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하는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공화당 소속인 조지아의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과 나눈 약 한 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을 음성파일과 함께 3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조지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만1779표 차이로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가 없다. 우리는 수만표 차이로 이겼다”며 “나는 1만1780표를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도둑맞은 표’를 찾아내서 바이든 당선자보다 1표만 더 얻으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조지아 사람들이 화가 났다”며 “당신이 ‘재검표했어요’라고 말해도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통화에는 두 사람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변호사 클레타 미첼 등이, 래펜스퍼거 쪽에서 라이언 저머니 법률고문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 이름으로 수천표가 행사됐고, 바이든 표 1만8000장을 세 번이나 스캔했으며, 조지아에 살지 않는 사람들 수천명이 투표했다는 등 주장을 나열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훼손된 투표용지’를 되찾지 않는 것은 “형사 범죄다. 당신에게 큰 위험부담”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또 이 문제가 5일 치러지는 조지아 상원의원 2석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선거 전에 바로잡으면 당신은 정말로 존경받을 것”이라고 회유하고, “어떻게 할 건지 말해보라. 여러모로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래펜스버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의 이의제기, 당신이 가진 데이터는 잘못됐다”, “우리는 우리의 숫자가 옳다고 믿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죽은 사람 이름으로 5000표 이상이 투표됐다는 주장에도 “실제 숫자는 두 명 뿐”이라고 맞섰다. 동일한 투표용지들을 세 차례 스캔했다는 주장에도 “우리는 그것을 검사했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단호하게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이 통화는 오는 6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최종 인증하는 절차를 나흘 앞두고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몸부림이다. 조지아 결과가 뒤집혀도 바이든 승리라는 대선 결과는 안 바뀐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시간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래펜스퍼거와 전날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 그가 ‘선거 사기’에 관한 질문에 대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래펜스퍼거는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이 나올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 포스트>의 통화 내용 보도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자신을 지지할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수십건의 대선 불복 소송에서도 패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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