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에서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인텔이 13일(현지시각) 취임 2년 된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인텔은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에 밀리는 등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인텔의 밥 스완 최고경영자가 다음달 15일부로 사임한다고 보도했다. 인텔의 새 최고경영자는 클라우드컴퓨팅업체 브이엠(VM)웨어의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가 맡기로 했다. 갤싱어는 과거 인텔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반도체 기술 전문가다.
재무통으로 2019년 1월부터 인텔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스완은 2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는 2016년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고, 2018년 임시 최고경영자를 맡다가 이듬해 1월 정식 취임했다. 이전에는 이베이와 제너럴 일렉트릭 등에서 일했다.
시장에서는 그의 사임을 사실상 문책성 경질로 보고 있다. 그가 최고경영자가 된 뒤 인텔은 여러 부침을 겪었다. 현재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삼성전자와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고, 엔비디아에는 지난해 7월 미국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지난해 칩 개발이 지연되면서, 애플이 인텔과 15년 협력 관계를 청산하고 자체 칩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고, 아마존도 일부를 자체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가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이 삼성전자와 티에스엠시, 에이엠디 등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텔은 이번 최고경영자 교체가 서드포인트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기술통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성명에서 “이사회는 지금이 리더십을 교체할 적절한 시기라고 결론냈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팻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갤싱어는 인텔의 대표작인 엑스(X)86 시리즈 프로세서를 처음 디자인한 인력 가운데 하나다. 18살에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한 갤싱어는 30년 이상 일하면서 2009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로 일했다. 이후 이엠시(EMC)로 이직했고 2012년에 브이엠웨어 최고경영자가 됐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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