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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부채와 인플레는 이제 잊어라’…미국의 ‘돈풀기’ 배경

등록 2021-01-19 16:22수정 2021-01-20 02:33

바이든 차기 행정부, 공격적인 재정·통화 정책 추구
금리, 역사적 저점…부채·인플레 우려 없이 돈풀기
중국의 저축과 값싼 제조품은 미국 ‘저금리’ 요인
코로나19 종식 뒤 불경기·자산거품 부작용 우려도
미국 100달러 지폐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미국 100달러 지폐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금리가 역사적인 저점에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것은 크게 행동하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19일 의회에서 열리는 임명 청문회 전에 공개된 예상 답변에서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과 자신은 미국의 부채 부담 규모를 평가할 것이나, 공격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도 이번달 노동부의 실업통계가 나온 뒤 “지금 위기와 같은 상황, 특히 저금리가 겹친 때에는 적자재정으로라도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부채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털고,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펼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무리 돈을 풀어도 금리가 역사적 저점에 머물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돼, 정부의 재정 정책에서 최우선 과제였던 부채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정부부채는 7조달러에서 21조6천억달러로 무려 3배나 늘었다. 미국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1%로 올라, 만성적인 부채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그리스 및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이미 1조9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해, 국민 개인당 1400달러를 지급하고, 실업수당 및 유급휴가 등을 인상할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그린에너지 및 사회간접시설 등 장기투자에 초점을 둔 2차 경기부양안도 준비중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돈을 풀어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이자율이 높아져 민간분야의 비용이 늘고, 투자위축을 가져와 경기를 침체시킬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따라서, 정부의 균형재정이 강조됐다. 또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켜서 실업률이 하락하고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데도 이의가 없었다. 인플레 방지를 위해 돈을 회수하고,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이 정석이었던 배경이다.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도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내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커진 쌍둥이 적자를 축소하고 균형재정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현재 옐런은 ‘단기적인 부채라면 상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도 경제에 도움을 주는데 필요하다’고 보는 새롭게 출현한 합의에 가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가까운 장래에는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부채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수월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겨레 그래픽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와 금리가 거의 0% 수준으로 유지되자,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경제 운용을 위해서는 부채를 안고 돈을 풀어야 한다는 합의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재정적자의 일시적 증가는 경기회복을 위해 용인되는 정도가 아니라 바람직하다는 수준으로까지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옐런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더 많은 정부 지출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구할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 인플레를 우려하지 않고,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 4%대로 복귀하기 위해 돈풀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의 단기금리는 거의 0%이고, 30년 장기국채도 2% 미만의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 미국 부채가 경제보다도 빨리 커지고 있으나, 부채 수준은 “결코 지속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채가 25%인 4조달러나 늘었으나, 금리 비용은 오히려 8%가 줄었다.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에도 저금리가 유지돼, 국내총생산 대비 이자비용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도 낮아지리라 전망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은 부채 규모 보다도 그 비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이 향후 10년 동안 2% 밑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 미국은 더 많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자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1.6%였다. 1990년대에는 3% 수준이 넘었다.

왜 저금리와 저인플레가 지속돼느냐는 데에는 이론이 다양하나, 중국 요인이 많이 거론된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인들의 저축이 늘자, 미국채에 몰려들어 세계적인 저금리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를 세계적인 ‘예금자 과잉’으로 지칭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예금자들은 자신들 돈의 26%를 저축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민간 분야의 투자부진도 한 요인이다. 인구 고령화에다 경제가 서비스 중심으로 이행하면서, 대형 투자설비 수요가 적어진 것이다. 중국으로 공장들이 이전한 영향도 있다. 중국 등 개도국에서 나온 값싼 제품들이 인플레를 억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물론 장기적인 도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경기부양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재 미국 부채는 2050년이면 두배로 늘어나 국내총생산의 200%가 된다. 그런 수준은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옐런도 인정하고,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이에 대비해 고소득층 증세를 거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우려는 있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뒤부터 본격적으로 돈풀기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돈풀기로 자산거품이 심해진데다,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뚜렷한 경기반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다 자산거품이 심한 또다른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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