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의 연방 의회의사당 앞에 무장한 주방위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각) 취임식에 앞서, 워싱턴은 설레는 분위기 대신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총을 든 군인들이 경찰을 대신해 거리를 점령했고, 거리 곳곳에는 검문소가 세워졌다. ‘내부의 적’으로 의심되는 군인 12명이 경비 임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오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 워싱턴에 도착하면서 경계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 6일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연방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취임식 경비는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강화됐다.
워싱턴에 깔린 주방위군은 모두 2만5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무장한 채 백악관과 연방 의회의사당, 알링턴국립묘지, 연결도로 등에서 경비를 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 있는 도로변에는 3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세워졌고, 거리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놓였다. 의회 쪽으로 가는 도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미리 통행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 했다.
이날 미 당국은 취임식 경비 임무를 맡아 투입된 주방위군 12명을 임무에서 배제했다. 그동안 군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돌발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넌 추종자를 비롯해 이른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극단주의자들이 바이든 취임식 침투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니얼 호컨슨 주방위군 사령관은 브리핑에서 이들 중 1명은 취임식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문자메시지가 들통나 임무에서 제외됐고, 다른 1명은 취임식에 관해 부적절한 글을 올린 사실을 제보를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명은 과거 우익 민병대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바이든에 대한 직접적인 음모를 꾸민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비밀경호국(SS)과 함께 취임식 경비에 투입되는 군인에 대해 전수 신원 조사를 벌였다. 비밀경호국은 군인들에게 경비 임무 지역과 보호시설을 담은 사진과 이를 설명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취임식에서 폭력 사태 우려에 대해 바이든은 “외부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일이 두렵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20일 정오께 의사당 서쪽 야외 특별무대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게 취임선서를 하고, 이때부터 대통령 신분이 됐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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