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 잔디밭 내셔널몰에 20만개의 성조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백악관 젠더정책위 신설하고 성소수자 위상 높여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는 역대 가장 다양성 강한 내각으로 출범했다. 당선자 시절부터 “미국처럼 보이는 행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그의 말처럼, 바이든 정부의 첫번째 팀에는 유색인종과 여성, 이민자 등이 다양하게 포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19일(현지시각) 대선 때 공약한 대로 성평등을 위한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성폭력 공동대응 단체인 ‘타임스업’ 전략정책실장인 제니퍼 클라인과 줄리사 레이노소 전 우루과이 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인 레이철 러빈 펜실베이니아주 보건장관을 보건차관보에 지명했다. 의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고위직에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이가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성소수자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무부에 성소수자(LGBTQ) 특사를 즉시 임명하고 그 지위도 대사급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각료는 부통령과 15개 부처 장관, 각료급은 백악관 비서실장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10명이다. 모두 26명의 각료 및 각료급 인사들 가운데 유색인종이 50%다.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 등이 해당된다. 내각에 유색인종 비율 50%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16%는 물론이고 42%를 기록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도 높다. 다만 아시아계에서 15개 부처 장관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내각 26명 중에 여성은 12명으로 46%를 차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무·교통·보건복지·내무·교육부의 부장관을 모두 여성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정부 첫 내각에서 여성은 25명 중 4명이었고, 오바마 정부는 22명 중 7명이었다.
트럼프 불복과 조지아주 결선투표 탓 인준은 ‘0명’
첫 여성이자 유색인종 부통령에 오른 해리스를 비롯해 유리천장을 깬 여성도 다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의회 인준을 받으면 그 자리에 오르는 첫 여성이 된다. 데브 할런드 내무장관 지명자는 첫 아메리카 원주민계 장관을 바라본다. 인준될 경우 로이드 오스틴은 첫 흑인 국방장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는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장관이 된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밝힌 첫 장관이 된다.
바이든 정부에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이들이 다수 중용돼 ‘오바마 2.5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다만 의회 인준을 받은 각료가 0명인 채로 출범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상원 다수당 지위를 결정할 조지아주 결선투표가 지난 5일 치러지면서 의회 청문회 등 인준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19일에야 블링컨 등 5명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줄줄이 열렸다.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 때는 2명, 2009년 오바마 정부 출범 때는 6명이 인준받은 상태였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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