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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이든, 분열의 미국 앞 “내 영혼 다 쏟아 통합”

등록 2021-01-21 14:57수정 2021-01-22 02:30

21분 취임사에 ‘통합’ 11번 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질 바이든이 20일 낮(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질 바이든이 20일 낮(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금은 역사에 남을 위기와 도전의 순간이다. 통합만이 진전을 향한 길이다.”

20일(현지시각) 공식 취임한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심한 분열이라는 3중고를 떠안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1분간의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표현을 11차례 썼다.

그는 코로나19와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 증오, 분노, 실업 등을 미국이 직면한 도전과제로 언급하고, “이를 극복해 미국의 영혼을 복원하고 미래를 안전하게 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을 선언할 때 썼던 표현을 빌려와 “오늘, 내 영혼 전체가 여기에 들어 있다. 바로 미국을 하나로 합치고, 국민, 나라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미국인 모두 이 대의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통합 없이 평화가 없다. 비통과 분노가 있을 뿐”이라며 “빨강 대 파랑, 농촌 대 도시, 보수 대 진보로 적을 만드는 이 야만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가 모든 걸 파괴하는 격렬한 불일 필요는 없다. 의견이 다른 게 전면전의 명분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의 음모론, 대선 불복을 겨냥한 듯 “사실이 조작되고 심지어 날조되는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를 “오늘은 민주주의의 날”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등 ‘민주주의’도 11차례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고 깨지기 쉽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며 “(그러나)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선 뒤집기 시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난 6일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치면서도 결국 자신이 국민의 선택대로 대통령에 취임한 것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선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의 대부분을 ‘통합’을 호소하는 데 할애한 것은 통합이 그만큼 절실하면서도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4년을 거치며, 미국의 분열이 남북전쟁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인우월주의적 태도에 기반해 혐오와 공포의 정치를 편 트럼프를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무려 7422만명(바이든 8127만명)이 찍었다. 의사당 난입 사태를 겪고도 그날 밤 바이든 당선 인증에 반대한 공화당 하원의원이 130여명에 이른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키스 노턴은 이런 이질적 상황을 들어 “장기적으로 볼 때, 바이든은 사람들을 하나로 잘 합치지 못할 것”이라고 <더 힐>에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한껏 통합을 말한 뒤 백악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엔엔>(CNN) 기자가 소리쳐 던진 질문은 “미국을 통합할 수 있습니까?”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통합을 말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어리석은 환상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은 함께 행동할 때 절대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통합의 적임자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온화한 성품과 중도적 이미지에다 36년 상원의원, 8년 부통령 경륜은 국민의 마음과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얻는 데 장점이다. 국민적 인기는 높지만 의회와는 관계가 껄끄러웠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으며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취임식 당일 오전 여야 지도부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미사를 본 것도 통합의 좋은 출발로 볼 수 있다.

당장의 시험대는 최우선 과제인 코로나19 대응에서 의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1조9천억달러(약 2천조원) 경기부양안 처리에 공화당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심판을 시작하면 공화당이나 트럼프 지지층의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세금 인상이나 기후변화, 건강보험 등 민감한 의제에 들어가면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을 이뤄내면서 핵심 의제들도 추진하고 트럼프 단죄도 병행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제46대 미 대통령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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