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취임식과 함께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동맹을 회복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다자주의로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오늘 세계가 (미국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 국경 너머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내 메시지는 이것이다. 미국은 시험을 겪었고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을 회복하고 세계와 다시 한번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단순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국내 통합에 집중하고, 대외정책 방향은 이 정도로 간략하게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차별화한 외교 노선을 함축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전부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금전적 거래 관계’로 다룬 트럼프를 비난하고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혀왔다. 트럼프는 또 파리기후변화협정, 이란 핵 합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협약이나 다자기구를 일방 탈퇴하며 국제사회의 파괴자로 행세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에서도 트럼프가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마찰을 빚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와 위상은 추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범의 힘”, “신뢰받는 파트너”를 자처한 것은 이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약속이다. 트럼프 4년을 ‘일시적 예외’로 봐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뒤인 지난해 11월 외교안보 라인을 발표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팀이다. 세계에서 물러서는 게 아니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등 동맹·다자주의 인식과 경험을 갖춘 팀으로 미국 외교를 되살리겠다고 자부한 것이다.
‘미국의 국제 위상 회복’은 백악관이 코로나19, 경제 등과 함께 7대 우선순위로 제시한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누리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안보 인력을 강화하고, 전세계에 걸쳐 민주주의 동맹을 재건하고, 미국의 가치와 인권을 옹호하며, 미국의 중산층이 국제 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춰주면서 세계 속 미국의 위상을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다자 협력으로 지구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민주주의, 인권 등의 문제에서도 국제적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미국이 돌아왔다”고 환영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우리의 소중한 동맹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관계를 재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겼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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