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87살 일기로 세상을 뜬 미국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AFP 연합뉴스
미국의 전설적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이 23일(현지시각) 87살 일기로 숨졌다.
킹이 공동 설립한 오라 미디어는 킹이 이날 오전 로스엔젤레스(LA)의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센터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오라 미디어는 킹의 사인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킹은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에 감염돼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센터에 입원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킹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193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계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킹은 1950~60년대 플로리다주에서 지역 언론인 겸 라디오 인터뷰 진행자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25년 동안 <시엔엔>에서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하며 명성을 높였다. 킹은 이 프로그램을 6000편 찍은 뒤 은퇴했다. 그는 이어 오라 티브이에서 ‘래리 킹 나우’를 진행했다. 오라 미디어는 킹이 라디오, 텔레비전, 디지털 미디어에 걸쳐 63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셔츠 위에 멜빵을 걸친 패션으로도 유명한 킹은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미국과 전세계의 정치 지도자,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는 물론 평범한 사람들까지 약 5만명을 인터뷰했다. 정치 지도자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야구선수 행크 에런, 가수 레이디 가가,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등이 그와 대담을 나눴다.
오라 미디어는 “미국 대통령, 외국 지도자, 유명인, 스캔들 주인공, 그밖의 누구를 인터뷰하든 래리는 짧고, 직접적이며, 복잡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했다”며 “그는 간결한 질문이 최고의 답변을 제공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서 틀리지 않았다”고 고인을 기렸다. 킹은 방송 부문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킹은 7명의 여성과 8차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뒀다. 젊은 시절 사업가 친구의 돈을 떼먹고 체포돼 4년간 방송에서 배제되고, 도박에 빠져 파산했다가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