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르면 다음달 9일(현지시각) 시작된다. 조 바이든 새 행정부 내각 인준과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우선 집중하기 위해 2주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둔 것이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밤 만나 이렇게 합의했다. 하원이 트럼프 탄핵소추안을 25일 상원에 송부하면 2월2일까지 트럼프 쪽이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8일까지 심판 전 변론을 한 뒤 이르면 9일부터 심판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앞서 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난 6일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에게 ‘내란 선동’ 책임을 물어 13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본 게임이라 할 상원에서의 탄핵 심판의 시작을 2월 둘째주 이후로 늦춘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양쪽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탄핵에 법적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심판 시작을 늦출 것을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탄핵소추안의 25일 상원 송부 발표가 나온 뒤 “우리가 위기들에 대처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좋다”며 공개적으로 탄핵 심판 연기를 촉구했다. 바이든 내각에서 의회 인준을 마친 사람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뿐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안 처리를 최우선 의제로 밀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 끔찍한 장을 뒤로 넘기고 싶지만, 치유와 통합은 진실과 책임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며 상원에서 최후 표결까지 가는 “완전하고 공정한 심판”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초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한 트럼프 탄핵 심판은 21일 걸렸지만, 이번에는 얼마 동안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트럼프가 최종 탄핵될지는 불투명하다. 탄핵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려면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50명 전원에다 공화당에서도 17명이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 상원의원들 가운데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도를 도발했다”고 말한 매코널 원내대표도 탄핵 표결에 대해서는 의견을 보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는 탄핵심판 표결과 상관없이 수정헌법 제14조를 사용해 트럼프의 2024년 재선 도전을 막도록 의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정헌법 14조 제3항은 헌법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했거나 적에게 원조를 제공한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수정헌법 14조 사용을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