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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오바마 때처럼…바이든-시진핑 기후변화 협력 통할까

등록 2021-01-25 04:59수정 2021-01-25 08:35

미-중 기후위기 대응 기상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 트럼프 시대 추락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주요 정책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고 중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 트럼프 시대 추락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주요 정책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고 중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각) 닻을 올렸다. ‘탈냉전 이후 최악’이라는 트럼프 시대의 미-중 관계가 복원되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 입각한 인사들의 발언과 기고들을 통해 ‘경쟁과 공존’이라는 대중국 접근방식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을 전제하면서도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공존 전략의 맨 앞자리엔 기후변화에 대한 미·중의 공동 대응이 있다. 기후온난화는 전지구적 문제이고,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기후변화가 몰고 올 인류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과학적 공감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지난 12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적이지만 기후 문제, 사회간접자본시설, 코로나19 등 세 영역에선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얻을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2.0’
금융위기 속 출범한 오바마 정부
코로나 팬데믹 악재 바이든 정부
기후변화 리더십 회복 목표 일치

• 오바마의 결실
코펜하겐 충돌로 미-중 갈등 서막
2년여 협상 끝 기후변화 의제 고정
2015년 파리협정 채택으로 빛 봐

• 바이든의 과제
코로나 극복·국제 리더십 회복 절실
NSC 산하 기후특사, 안보문제로 견인
대중 경쟁에도 ‘기후협력’ 필수불가결

• 시진핑의 선택
10년 전과 달리 기후외교 강한 의지
2060년까지 탄소제로 달성 발표도
올 첫 정상회담이 ‘기후협력’ 첫 관문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은 문제의식과 전략적 목표, 접근방식 측면에서 ‘오바마 2.0’이라고 불려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의제를 밀어 올려 추락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목표가 일치한다. 금융위기 속에서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2021년 업무를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내외적 여건도 상당히 흡사하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기후변화를 둘러싼 미-중 관계를 짚어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중국과 어떤 협력관계를 설정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밑그림이 그려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1월20일 워싱턴의 미국 연방 의사당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추락한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1월20일 워싱턴의 미국 연방 의사당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추락한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코펜하겐 충돌에서 파리의 합의로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기후변화회의는 2010년 한해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중 관계 갈등의 서막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정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재건할 수 있는 핵심 정책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과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중국 방문 때 한달 뒤로 예정돼 있던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와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주석으로부터 상당한 ‘협조’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한다. 제프리 베이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012년 펴낸 책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에서 이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썼다.

그러나 한달 뒤 열린 기후변화회의 결과는 구속력 없는 선언적 수준의 협정문으로 끝났다. 미국 쪽의 핵심 요구였던 개발도상국의 ‘의무감축과 검증’ 및 협약의 ‘구속력 부여’에 대해 중국 쪽은 완강하게 버텼기 때문이다. 중국의 벽에 막혀 코펜하겐 회의가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재앙’ ‘홀로코스트’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국제적 검증을 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화를 내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사실, 정상 간 협의가 필요한 회의에 중국 쪽이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보낸 사실들만 회자되며, 오바마의 ‘굴욕’과 중국의 ‘오만’이 대비됐다.

코펜하겐에서 앙금이 쌓인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된다. 2010년 1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2월 달라이 라마의 백악관 방문, 3월 천안함 침몰과 이후 미-중의 공세, 7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미국의 베트남·필리핀 지지 등으로 전선이 확대된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하자, 미국 쪽은 다시 기후변화를 꺼내 들었다.

2년여 이어진 양국의 물밑 협상 결과는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현 기후특사)이 2013년 4월 베이징 방문 때 합의한 ‘기후변화 협력 성명’에 녹아 있다. 성명에서 양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미-중 간 전략·경제대화(S&ED)의 한 의제로 고정시켰으며, 기후변화가 실존적 위협이고, 과학적 근거가 타당하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동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두달 뒤인 6월8일 미국 서니랜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처음으로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제로 쓰이는 수소화불화탄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런 협력들이 이어지면서 2015년 12월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채택이란 결실을 보게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기후변화’ 다시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후유증을 극복하고 대외 안정을 통해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업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밀어 올리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국내적으로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청정에너지 혁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최대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일궈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기후특사로 임명해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도록 했다. 케리 특사가 오바마 행정부 2기에서 국무장관으로서 중국과의 기후변화 협상과 파리협정 채택을 성공적으로 이끈 만큼, 트럼프 행정부 때 무너진 기후변화 국제적 리더십 복원을 기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대 행정부에선 처음으로 국가안보회의 산하에 기후특사를 둠으로써, 기후변화를 환경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문제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후난민, 해수면 상승에 따른 존재론적 위협, 태풍과 홍수 등 재난 대응, 수자원 부족에 따른 국경 갈등 등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국제문제에서 미국이 관여할 기회를 늘리고 자연스레 지도적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기후온난화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탄소배출 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이 절대적이다. 양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점, 청정 에너지 개발 속도 등이 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중 협력은 탄소배출 3위국인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견인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국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국가

중국도 10여년 전 코펜하겐 충돌 때와 달리 기후 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중국은 지난해 9월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행경로와 세부사항은 여전히 모호하지만 중국의 산업 구조와 석탄 위주의 전력 생산 구조를 볼 때 목표는 야심차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미국 쪽과 발을 맞추거나 최소한 ‘건강한 경쟁’을 할 여지가 있다. 오바마와 시진핑의 기후변화 협상을 지원했던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켈리 심스 갤러거 교수는 최근 <뉴욕 타임스>에 기후변화는 바이든과 시진핑이 협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입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과 관련해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악화돼 있는 양국 관계 탓에 기후변화 협력이 무역분쟁이나 중국 인권 등 다른 현안들과 뒤섞일 경우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공동의 대의는 사라지고 협상 카드의 하나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 미·중 내부에서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도 양국 협상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결국 올해 바이든-시진핑의 첫 정상회담이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비롯해 향후 미-중 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양국의 1년간 성적표를 국제무대에 내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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