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통화를 갖고,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에 합의하는 한편 각종 현안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며, 양국관계 재정립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지난 2011년 푸틴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러시아와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 연장에 합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에도 시동을 걸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며, “양국이 뉴스타트를 5년 연장할 의향에 대해 논의했으며 뉴스타트 연장을 위해 긴급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통령실도 “대통령들이 뉴스타트 연장 합의를 위한 외교문서 교환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며 “향후 며칠 동안 양쪽은 미래의 핵미사일 무기 기능의 상호 제한을 위한 국제적인 법적 장치를 확보에 필요한 과정을 완료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뉴스타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협정으로, 실전 배치된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1991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을 대체한 협정으로, 오는 5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러시아가 이 협정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뉴스타트 중국 참여를 연장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대선 전에 뉴스타트 연장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뉴스타트 연장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또 양국 고위 관리들 사이의 정례적인 “전략 안정 대화”를 재수립하는 것을 논의했다. 이 협의체에서는 새로운 군축협정이 논의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축분야를 제외하고는 양국이 갈등하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며 경고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 정부가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을 시도했다는 의혹 및 독일에서 최근 귀국한 나발니를 체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대선 러시아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미국 정부 기관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인 ‘솔라 윈즈’에 대해서도 따졌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등에게 미군 병사를 살해하면 현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보고를 들며 푸틴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르드 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했다.
카네기재단의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센터장은 이날 트위터에 “오늘 푸틴-바이든 통화는 관계 재설정을 약속한 것은 아니나, 악화된 긴장 관계에 어느 정도의 예측성을 시사한 것이다. 안전하게 관리되는 대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성명에서 “전반적으로 러시아와 미국 지도자들의 대화는 실무적이고 솔직했다”고 평가해, 두 정상의 첫 대화가 실무 차원에서 이견을 확인하며 예측 가능한 관계 설정을 시도했음을 내비쳤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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