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박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사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계 북한 전문가인 정 박(47·한국명 박정현)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에 기용됐다.
박 부차관보는 26일(현지시각)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동아태 부차관보로 국무부에 합류하게 됐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새로운 자리에서 동아태국의 드림팀과 함께 미국인들에게 다시 봉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동아태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다. 부차관보는 한국으로 치면 국장급 자리로, 의회 인준은 필요 없다.
뉴욕에서 자라 콜게이트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부차관보는 미 정보당국에서 오랜 기간 북한 분석을 했다. 중앙정보국(CIA) 한반도분석단 분석관(2009~14년),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 부정보관(2014~16년), 중앙정보국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 선임분석관(2016~17년)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를 맡았다. 지난해 4월에는 북한 정권을 분석한 <비커밍 김정은>이라는 책을 냈다. 11월 미 대선 직후 조 바이든 당선자의 정권인수를 위한 기관검토팀에 참여했다.
박 부차관보는 동아태국에서 전문 분야인 북한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향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돼 특별대표실이 별도로 차려질 경우, 박 부차관보가 부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박 부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 견해를 보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 왔다. 그는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한-미 동맹에 해로운 여러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톱다운 방식보다는 실무협상부터 올라가는 바텀업 방식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겨레>에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실무급 협상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분명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브루킹스연구소 누리집에 실은 ‘한국 민주주의에 드리운 북한의 긴 그림자’라는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을 위해 대북전단금지법 등으로 북한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억누르며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니 블링컨(58) 국무부 장관이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인준받은 뒤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업무 라인업이 속속 갖춰지고 있다. 백악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 에드 케이건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이, 국무부에는 블링컨 장관, 웬디 셔먼 부장관, 박 동아태 부차관보 등 한반도에 밝은 이들이 포진했다. 주한미대사를 지낸 한국계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도 현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근무하고 있으나, 김 대사는 초기 업무를 돕기 위해 임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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