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뒤 첫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일 중국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때리기’는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산 중 드물게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 기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각)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사키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가 중국의 연구실에서 비롯됐다고 암시했는데, 그와 관련해 더 진전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팬데믹 초기와 관련한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가들이 중국 현지에서 정확한 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트럼프 정부 때처럼 코로나19 발병 책임을 놓고도 미-중 신경전이 계속될 것을 예고한 셈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을 자극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지난 19일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중국 책임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관련 질문에도 “화웨이 등 믿을 수 없는 공급자들이 만든 통신 장비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에 위협”이라며 미국 통신 네트워크들이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키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전략적 인내를 갖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동맹들과 연대해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각료급 지명자들의 대중 강경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대 미국 대사 지명자는 2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전략적 적수(adversary)”라며 “중국에 맞서 공격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행동은 우리의 안보와 가치,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 지명자도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이 값싼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에 덤핑해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경쟁력을 해쳤다”며 “인준되면 미국인들이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우 공격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우리가 세계에서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미-중 관계의 무게를 강조했다. 그는 다만 중국과 “적대적 측면”외에 “협력적 측면”도 있다며 기후변화 대처 등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존 케리 기후특사는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데 어떻게 기후변화 문제에 동참시키냐’는 기자 질문에 “지적재산권 절도, 시장 접근, 남중국해 등 우리는 분명히 중국과 심각한 차이가 있다”면서도 “구분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게 시급하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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