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레딧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뭉쳐 가격을 끌어올렸던 게임스톱 등 일부 급증 주식의 가격이 2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단합해 끌어올린 게임스톱 등 몇몇 주식의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일주일 이상 증시를 혼란에 빠뜨린 투기적 매매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 뉴욕 증시에서 2일(현지시각) 게임스톱의 주가는 전날보다 60% 떨어진 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월 말 32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틀 만에 70% 이상 떨어졌다. 게임스톱과 함께 개인들이 집중 매수한 에이엠시(AMC) 엔터테인먼트(-41.2%), 블랙베리(-21.1%),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16.1%), 코스(-42.9%) 등 ‘5대 이상 급증 종목’ 모두 폭락을 면치 못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무료 증권 앱 로빈후드가 이날 게임스톱 주식 매입 한도를 올리는 등 거래 제한을 완화했지만, 개인들은 주가 하락을 막을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또다른 목표가 되면서 1일 급등했던 은 값도 하룻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9.3% 급등했던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0.3% 떨어진 온스당 26.402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이 떨어진 것은 선물 거래소를 운영하는 시엠이(CME) 그룹이 은 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을 18% 인상한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시엠시(CMC) 마케츠 유케이(UK)’의 시장분석가 데이비드 매든은 “가격 변동이 극심할 때 거래소가 이런 조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거래소가 제동을 걸면서 은 가격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 대행도 성명을 내어 “은 선물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며 투기 견제에 나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며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판 뒤 되사서 갚는 행위)에 나선 헤지펀드들에 맞서 1월 한달 동안 게임스톱의 주가를 1600%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에 앞장선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의 자산이 한달 사이 53%나 줄어드는 등 상당수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봤다.
헤지펀드에 대한 반감과 투기 심리가 결합해 나타난 이번 ‘공매도 공방’은 일단 마무리되는 국면이지만, 그 여파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전략가 로런 굿윈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고려해야 할 세력이 됐다”며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잦아들었다 강해졌다를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초기부터 이끈 이들은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채권운용사 핌코의 공동 창립자 빌 그로스는 “실패한 게임스톱 실험의 피해자는 자금력도, 마무리 계획도, 수학적 옵션 가격 분석 능력도 없이 자본 시장에 몰려든 로빈후드 개인 투자자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