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시비에스>(CBS)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는 7일 오후 방송됐다. 방송 화면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민주적인 구석이 없다”고 비판하고, 미-중 사이에 극한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반부터 중국을 향한 단호한 언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방송된 <시비에스>(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에 대해 “그는 매우 영리하고 매우 터프하다”며 “그는 민주적인 구석이 없다. 비판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에게 우리가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줄곧 말해왔다”며 “(충돌이 아닌) 극심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직 통화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의 방식에 대해 “그(시 주석)가 아는 방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했던 방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 규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무역 전쟁’을 벌이는 등 중국에 일대일 갈등을 빚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들과 연대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외교노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강경 기조라는 원칙에서 트럼프 정부와 다르지 않으나, 방식에 있어서 동맹들을 규합하고 분야에서도 경제 외에 민주주의·인권의 가치를 함께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4자 안보회의)의 첫 정상회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중국 포위 성격이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개최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또한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부에서 한 대외정책 연설에서도 중국을 “우리의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표현하고, 경제, 인권, 지적재산권, 글로벌 지배구조 등에서 중국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미국의 이익에 맞으면 중국과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중국과 협력할 분야로 꼽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잘 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시 주석과 24~25차례 개인 면담을 하고, 1만7000마일(약 2만7200㎞)을 함께 출장 다녔다면서 “나는 어떤 세계 지도자보다도 시진핑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를 꽤 잘 안다”고 말했다.
미-중의 첨예한 대립은 지난 5일 두 나라 외교수장의 첫 통화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통화에서 “미국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중국이 민감해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동맹국과 함께 규범에 기초한 국제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중국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중국은 미국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거나 대항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홍콩, 신장, 티베트 문제에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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