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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카타르, 월드컵 개최 결정 이후 이주노동자 6700명 숨졌다

등록 2021-02-24 16:23수정 2021-02-25 02:46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월드컵 유치 뒤 매년 600여명 숨져
40~80%가 ‘자연사’…부검 안 이뤄져
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EPA 연합뉴스
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EPA 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서 최근 10년 동안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타르는 2010년말 월드컵 개최권을 획득했고,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사망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으나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체 조사한 결과, 카타르로 이주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 출신 노동자 중 6751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출신 노동자가 27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이었다. 케냐와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는 2010년 말 월드컵 유치 뒤 축구장 7개를 새로 만들고, 공항과 고속도로, 호텔, 신도시 등 수십 개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짓는 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20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동원됐다. 인구 290여만명인 카타르에는 정식 시민권자가 40여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국 출신 체류자들이다. 카타르 인구는 2000년 59만명에서, 2015년 203만명으로 늘었고, 현재 290만명까지 증가했다.

이주노동자의 대규모 사망은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월드컵 유치 2년째인 2014년 초 인도와 네팔 출신 노동자가 각각 900여명, 300여명 사망해 ‘개최권 박탈’ 주장까지 나왔고, 2019년에는 인도·네팔 출신 사망자가 2700여명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됐다.

카타르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규모에 비례해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망자 중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카타르 정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죽음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에게 1급 의료보호를 제공하고 있고, 제도 개선을 통해 사망률이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사인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그나마도 투명하게 밝히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보낸 국가도 마찬가지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부실하게나마 공개된 자료를 보면 사망자의 40~80%는 사인이 심정지나 호흡 장애로 인한 ‘자연사’로 기록되지만,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한 부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도 출신의 경우 80%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는 4%, 도로사고 10%, 자살 6%였다. 네팔 출신은 48%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 9%, 도로사고 16%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20~50대인데, 이 나잇대 노동자들은 심정지 등으로 인한 자연사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낮에 섭씨 50도를 넘는 작업 현장에서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1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이를 자연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2014년부터 자연사의 경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카타르 정부는 7년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멀리 떨어진 유가족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종교적 이유 등으로 부검을 꺼린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히바 자야딘 연구원은 “카타르 당국에 돌연사 등 의심스러운 모든 죽음에 대해 법의학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관련 기사 : 이주 노동자들 피로 짓는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632218.html

▶관련 기사 : ‘이주노동자 돌연사 매해 수백명’ 카타르, 사고 조사는 뒷짐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912453.html

카타르 이주노동자 사망 현황. &lt;가디언&gt; 갈무리
카타르 이주노동자 사망 현황. <가디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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