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통강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전시된 옛 미국 해군 소속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로 북한 안내원이 2017년 7월28일 걸어가는 모습. AFP 연합뉴스
1968년 동해 상에서 북한이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승조원 등에게 23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배상하라는 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는 미 워싱턴디시(DC) 연방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각) 공개한 판결문에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에게 이같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재판부는 승조원 49명에 대해 1인당 1310만 달러에서 2380만 달러 등 총 7억7603만 달러, 승조원의 가족 90명에 대해서는 2억25만 달러, 유족 31명에는 1억7921만 달러를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이 금액을 합치면 11억5000만 달러이지만, 재판부는 이와 동일한 액수를 징벌적 배상액으로 추가해 최종 액수는 23억 달러가 됐다. 이는 미 법원에 북한에 명령한 배상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승조원 83명을 태우고 북한 해안 40km 거리의 동해 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북한의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의 위협을 받고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다. 북한은 그해 12월 미국이 북한 영해 침범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뒤 탑승자 82명과 유해 1구를 석방했다. 북한은 푸에블로호 선박을 보유한 채 평양 보통강변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전시돼있다.
1968년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승조원들과 가족, 유족 등은 북한에서 구타와 고문, 영양실조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2018년 2월 북한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2019년 10월 “북한이 원고 쪽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손해 부분에 대한 산정을 마친 뒤 판결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 북한은 공식 대응하지 않아서 재판부는 원고 쪽의 주장만을 토대로 한 궐석판결을 내렸다.
북한은 이번 배상 결정에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2월에도 북한은 자국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가족에게 5억114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리>는 북한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해외에 흩어진 북한 자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액 회수에 나선 바 있어,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승조원 등은 또한 미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을 신청할 자격도 주어진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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