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올랜도/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신당 창당설에 선을 그으며 공화당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나갈 뜻을 명확히 했다.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도 슬쩍 내비쳤다.
트럼프는 28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진영 연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그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화당을 갖고 있다. 공화당은 단결할 것이고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며 “나는 신당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신당을 만들면 보수 표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데에 흥미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의 놀라운 여정은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20일 퇴임한 트럼프는 지난 17일 극우 논객 러시 림보가 사망했을 때 그를 추모하기 위해 보수 매체들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으나, 공식 행사에서 연설한 것은 퇴임 뒤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지난해 대선의 승자라는 헛된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는 “사실, 여러분이 알다시피 그들(민주당)은 백악관을 얻지 못했다”며 “누가 알겠나. 나는 심지어 그들을 세 번째 이겨버리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중은 환호했다.
<시엔엔>(CNN)은 트럼프가 상·하원 의원을 뽑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려 하면서 공화당의 ‘킹메이커’ 노릇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4년 임기 중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 당했으나 공화당에서의 인기는 매우 높다. 그는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을 보복할 뜻을 밝히는 등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수정치행동회의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이 여론조사에서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55%에 이르렀다. 그 뒤는 론 드잔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 크리스키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4%) 등이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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