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는 12일(현지시각) 첫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로 평가받지만 4개국 정상은 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보좌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4개국 정상들이 중국에 의한 도전과제들을 논의했다면서도 “(쿼드 정상회의가) 근본적으로 중국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쿼드는 군사 동맹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생산·공급 확대부터 핵심 기술 워킹그룹 구성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염두에 둔 내용들이 성명에 대거 담겼다.
4개국 정상은 정상회의 뒤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쿼드의 정신’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초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 증진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법치, 항행 및 영공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적 가치, 영토적 온전성을 지지한다”고 기술했다. 남중국해 갈등과 대만·홍콩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쿼드 정상들은 또 성명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경제·보건상 타격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와 싸우며 사이버 공간과 핵심적 기술, 대테러, 양질의 인프라 투자, 인도적 지원, 재난 대응, 해상 영역을 포함해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대표적이고 구체적인 연대 사안으로 뜻을 모았다. 백신의 효과적인 생산과 공정한 접근 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들 정상은 미국의 기술, 미·일의 자금 지원, 호주의 물류 능력을 동원해 인도에서의 백신 생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내년까지 최대 10억 회분의 백신을 인도에서 생산해 동남아 등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4개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배포를 위해 백신 전문가 워킹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펴는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개국 정상은 또 성명에서 “국제표준 및 미래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협력 촉진을 위해 핵심적 신기술 워킹그룹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및 관련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가하며 전세계적으로 화웨이 배제 캠페인을 벌여왔다. 또한 중국의 기술 탈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쿼드 정상들은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기후워킹그룹도 만들기로 했다.
4개국 정상들은 외교장관급에서 최소 연 1회 만나기로 했고, 올해 안에 대면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강조해온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 이어 쿼드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쿼드 정상들은 또 성명에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전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인 납북자 사안에 대한 즉각적 해결 필요성을 확인한다”고 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평화적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와 관련해서도 4개국 정상들은 “미얀마와 주민에 대한 오랜 지지자들로서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쿼드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음주까지 집중적인 인도·태평양 외교전을 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18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며, 18일에는 미 알래스카주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고 견제와 협력의 기회들을 모색한다.
한편, 미 국무부의 성 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12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몇 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대북 정책 검토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해 “정확한 시간표는 없다”며 “우리는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 수주 안에 검토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블링컨 장관의 15~18일 한국·일본 방문이 “우리의 (대북 정책 검토) 절차에 우리의 동맹들이 고위급의 의견을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일본 방문에서 논의할 내용들이 미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 주요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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