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시리아 내전이 10년을 맞는 가운데, 지난 10일 북서부 이들립에서 한 어린이가 해체된 포탄 더미 위에 엎드려 있다. 4년 전 이 지역으로 옮겨온 그의 가족은 포탄이나 무기 등을 수집해 고물로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3월 바샤르 아사드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면서 내전을 촉발했고, 이는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와 미국 등 서방 국가, 러시아와 터키 등이 개입한 국제분쟁으로 확산됐다. 이들립/AFP 연합뉴스
맑고 어린 눈에 비친
‘문밖의 참상’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 세함 하무는 10년을 맞은 시리아 내전이 “너무 잔인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린 손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두마/로이터 연합뉴스
아랍 세계를 휩쓴 민주화 바람, 곧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15일로 10년을 맞으면서, 전쟁으로 망가진 시리아인들의 삶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10년에 걸친 분쟁은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천만명 이상을 난민으로 떠돌게 만드는 등 시리아 국민들의 삶을 무참하게 파괴했다. 2016년 9월까지 유럽연합이 추산한 난민만도 1350만명에 이르렀다.
2016년 반군이 장악한 지역인 두마에 살다가 미사일 공격으로 하룻밤 사이에 남편과 아들, 손녀를 잃은 74살 여성 세함 하무는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너무나 잔인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2018년 반군을 물리친 이후에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무의 사위인 야신 아파는 2011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다시 얻지도 못하고 있고, 사업을 시작할 여력도 없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네 자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37살 여성, 움므 바시르 사우르는 “우리에게는 이미 너무 늦었고, 아이들의 삶이나 나아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금 겪는 어려움은 시리아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초 남서부 다르아(다라) 지역에 내걸린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비판 낙서에서 시작됐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한 분노로, 그달 15일엔 수도 다마스쿠스 등에서 민주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아사드 정부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내전을 촉발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자유 시리아군’이 주로 맞서던 내전은 2014년 1월 수니파 이슬람주의 과격세력이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한 뒤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하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은 2014년 9월 이슬람국가에 대항하는 연합 세력을 구성해 개입했다. 러시아도 이듬해부터 아사드 정부를 본격 지원하고 나섰다. 2016년에는 터키가 쿠르드족의 위협을 내세우며 전쟁에 개입했다. 민주화 운동에서 시작된 내전이 외세가 개입한 대리전으로 확대된 것이다.
독일로 망명한 시리아 활동가이자 언론인인 와파 알리 무스타파가 지난 3일 베를린에서 7년 전 실종된 아버지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미국이 후원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의 협공 속에 이슬람국가가 2017년 연말께부터 세력을 급격하게 잃었고 시리아 정부군은 많은 지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터키는 여전히 북서부 일부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도 동부 유전 지대에 900여명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군이 지키는 동부 지역 또한 파괴된 채 방치되어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폭격당한 건물들이 방치되어 있고, 천연가스 수송관은 망가진 채 버려졌다. 방치된 가스 처리 시설 사이에 휘날리는 낡은 미국 국기만이 미군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미 정부는 이슬람국가의 재등장과 시리아 정부군의 에너지 시설 재접수를 막는 데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언제 철군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이해가 엇갈리는 여러 세력의 대립이 계속되는 한, 시리아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는 멀고 먼 이야기다.
내전 중인 지난해 포탄 폭발로 실명한 이들립대 법학과 학생 아부 아나스(26)가 지난 10일 이들립에서 10년 전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립/AFP 연합뉴스
지난 6일 시리아 이들립 북서쪽 반군 점령 지역인 이흐심에서 2015년 정부군의 폭격으로 다리를 잃은 바크리 뎁스(29)가 10년 전에 찍은 사진을 들고 있다. 이흐심/AFP 연합뉴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