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국가안보 최고책임자가 오는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첫 3자 협의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해온 대북정책에 대한 사실상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밀리 혼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내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맞아 3자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 장소는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미 해군사관학교라고 덧붙였다.
혼 대변인은 이번 3자 협의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3월15~18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열리는 것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 대응 등 광범위한 지역 문제들과 외교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협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또 “이번 3자 협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가안보보좌관 차원의 첫번째 다자대화”라며 “이는 주요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공동 번영을 증진하는 데 우리가 두고 있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3자 협의의 주제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미국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는 대북정책에 관한 논의다. 한-미-일 3국은 그동안 블링컨 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 등의 계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놓고 의견을 나눠왔다. 이번 협의는 3국 국가안보 사령탑이 얼굴을 맞대는 것이어서, 사실상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협의 뒤 3국이 대북정책의 큰 원칙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 등의 발언으로 드러난 미 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정상회담보다는 북 핵능력 축소라는 실질적 변화를 전제로하는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동맹들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되 대화의 문도 열어둔다는 기조도 거듭 밝혀왔다. 또한 정상간 친분에 기댄 톱-다운 방식 대신 외교관에 권한을 대폭 부여해 실무협상부터 다져가는 바텀-업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해왔다. 인권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트럼프와 달리, 대북정책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도 큰 비중을 둘 것이라는 점 또한 이미 예고됐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 인권 문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필수적 요소라면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계속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국무부의 ‘2020 국가별 인권 보고서’ 공개에 맞춰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전세계 최악인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에 대해 여전히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무는 다른 부처들과 함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권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 정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대행은 이어 “우리는 북한 정권에 지독한 인권 침해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는 최근 한국에서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 금지법에 관한 논란을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다뤘다. 피터슨 대행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 벌일 것이다. 북한 사람들의 정보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정부기구 및 다른 나라들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인권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이르면 4월 중순께 대북전단 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피터슨 대행의 발언은 미국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대북정책 검토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인권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 미얀마, 러시아, 시리아 등의 인권 침해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은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미국의 외교정책 중심에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은 나와 국무부 전체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권을 지키고 유린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 외교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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