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31일(현지시각) 공개한 연례보고서의 일부.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지난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정유 제품 초과 수입 등의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은 31일(현지시각) 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지난해 3억1640만달러(약 3570억원)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켰으며, 정제유 수입도 제재 한도를 초과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패널은 자체 조사와 회원국의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연례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승인을 거친 것이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공간 행위자들이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에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작전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가 약 3억1640만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훔친 가상화폐를 실제 화폐로 돈세탁하기 위해 중국의 중개인들을 활용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이같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 행위를 대부분 북한 정찰총국이 지휘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전문가패널은 이번 조사 기간 북한이 대북제재를 위반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발전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에 북한이 핵이나 탄도미사일 시험은 하지 않았지만 열병식에서 중·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고, 핵시설을 유지한 채 핵물질을 생산하고 탄도미사일 기반을 향상했다는 것이다. 전문가패널은 영변 핵시설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을 관찰했고, 평산 우라늄 광산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것 등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전문가패널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액체 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신포 해군 조선소에서 지난해 7월 이후 포착된 지속적 활동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패널이 여러 차례 지적해온 정제유 초과 수입 문제는 이번에도 포함됐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지난해 1~9월 최소 121차례에 걸쳐 정유 제품을 들여와, 수입 한도인 연간 50만 배럴을 크게 초과했다는 것이다. 유조선 탱크의 90%를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상한선의 8배를 밀수입했을 것으로 한 회원국은 추정했다. 정제유 반입량이 2020년에 많이 늘어난 것은 제3국의 새롭고 더 큰 선박을 동원했기 때문이라고 여러 회원국들은 판단했다. 전문가패널은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다른 선박인 것처럼 신원을 위장하는 ‘신원 바꿔치기’ 수법이 새롭게 등장한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과거 여러 차례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정유 제품 밀수에 가담해 적발됐던 ‘뉴콩크’호는 2020년 어느 시점에 팔라우 선적인 ‘무손 328’에 부여된 식별번호를 발신하며 운항하고 있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9월 석탄을 400회 이상 배로 실어날라 최소 250만t을 수출했다고 전문가패널은 평가했다. 대부분의 석탄 수출은 중국 닝보-저우산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석탄 수송이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패널은 분석했다.
2개 회원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최소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식량 부족, 보건 악화 등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전문가패널은 이를 ‘의도하지 않은 제재 효과’라는 항목에서 기술했다. 반면 또 다른 2개 회원국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 아니라 정권의 지속성을 우선시하는 북 지도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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