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0억 달러 규모…하마스 “대화를” 태도 변화
서방국가들이 ‘원조 중단’을 지렛대로 하마스의 무장활동 포기 등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유엔 등 ‘중동 평화회담 4개 당사국’은 30일 영국 런던에서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총선 승리와 관련해 긴급회담을 열고, 앞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원조는 새 정부가 비폭력 원칙과 이스라엘 인정 등 원칙을 지키는지를 검토한 뒤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직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새 팔레스타인 정부는 비폭력과 이스라엘 인정을 확약하고 중동평화 로드맵 등 기존의 모든 합의와 의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원조를 당장 중단하는 ‘강경책’은 피해 갔다. 하마스 무장노선의 즉각 포기나 이스라엘과의 즉시 대화를 요구하지 않고 이런 원칙을 지킬 뜻을 약속하라고 촉구하는 등 하마스에게 변화할 여유를 준 셈이라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오랜 점령으로 사실상 마비상태인 팔레스타인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강력한 ‘무기’인 ‘원조 중단’을 내세워 하마스를 압박하면서도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05년 한해 동안 유럽연합으로부터 6억달러, 미국에서 4억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이런 지원이 끊기면 팔레스타인은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마스는 이런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4개 당사국’과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의하는 등 실용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30일 유럽연합의 원조 중단 검토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이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유럽연합 등에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모든 원조국들에 경제원조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민생 용도로만 쓰일 것이며, 이에 대한 외부 감시도 받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총선 승리 후 무장투쟁을 지속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하마스가 조금씩 유연한 행보를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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