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각) 미 대선 개입과 연방기관 해킹 사건 등과 관련해 외교관 10명 추방 등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표 뒤에 “이제는 긴장을 완화할 시간”이라며 미-러 정상회담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긴장 조절에 나섰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한 러시아 16개 기관과 개인 16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정보당국의 사이버해킹을 지원한 6개 기업도 제재 대상에 들었다. 또한 워싱턴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10명의 러시아 당국자도 추방했다. 이 10명에는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포함됐다. 미 금융기관이 오는 6월14일부터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도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의 대선 개입과 국무부·국방부 등 연방기관에 대한 해킹과 관련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개인과 기관을 제재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군을 증강해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은 러시아가 불안을 초래하는 국제적 행동을 지속하거나 확대한다면 미국이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 발표 뒤 긴장 완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조처가 해킹과 대선 개입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와 긴장 고조 및 갈등의 사이클 시작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를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균형을 맞췄다면서, “러시아가 우리 민주주의에 계속 개입하면 나는 추가 대응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려 깊은 대화와 외교적 과정”이 필요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여름 유럽의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백악관이 밝힌 바 있다. 이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계획을 미리 알렸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기자들에게 “푸틴과 통화에서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이 더 효과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밝혔고, 푸틴도 그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은 채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항의의 뜻으로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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