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영국 런던의 첼시 구장인 브릿지 스타디움의 문에 ‘슈퍼 그리드’(커다란 탐욕)라고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유러피안 슈퍼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던 영국 축구팀 6곳이 모두 참여 철회 입장을 밝혔다. 출범 발표 이틀여 만에 참여를 확정한 12팀 중 6팀이 이탈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각)영국 <비비시>(BBC)는 슈퍼리그와 관련된 6개 프리미어리그팀 모두가 공식적으로 대회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리버풀,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 6개 팀이 슈퍼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가장 먼저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첼시가 뒤를 이었다. 이후 나머지 네 팀도 슈퍼리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시티 풋볼 클럽이 유럽 슈퍼리그 계획을 수립하는 그룹에서 탈퇴하는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리버풀도 슈퍼리그 참여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팬들과 영국 정부, 주요 관계자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아스널은 팬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우리의 실수였다”고 했고,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불안하고 속상했다”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의 맨시티 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EPA 연합뉴스
영국팀들의 슈퍼리그 참여 철회는 팬들과 영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영국 팬들은 최근 벌어진 경기에서 “슈퍼리그 참여를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등 영국의 전·현직 축구 선수와 감독들도 슈퍼리그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영국 정부는 지배구조까지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올리버 다우든 문화부 장관은 “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슈퍼리그 참가 구단은 정부와 납세자의 도움을 크게 받았으며, 이들은 그 대가로 납세자에게 진 의무에 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팀들의 대거 이탈로 슈퍼리그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애초 슈퍼리그는 영국팀 6곳을 포함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3곳과 유벤투스, 에이시(AC)밀란, 인터밀란 등 이탈리아 구단 3곳이 참가하기로 했다. 슈퍼리그는 여기에 3팀을 추가하고, 해마다 5팀을 선정해 총 20개팀으로 리그를 운영할 방침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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