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발로치스탄주의 세레나 호텔 주차장에서 폭탄 테러로 발생한 화재를 경찰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발로치스탄/AFP 연합뉴스
중국 외교관이 투숙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의 한 호텔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비비시>(BBC) 등 외신은 이번 테러가 중국 외교관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발루치스탄주는 중국의 외교·무역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 지역으로, 이 지역 분리 독립 세력은 중국 자본의 진출에 반대해 왔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이날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퀘타에 있는 세레나 호텔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폭발물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탄 테러로 최소 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파키스탄 경찰은 부상자를 근처 병원으로 옮겼으며, 호텔 주차장으로 진입한 차량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었는지, 자폭 테러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테러가 발생한 호텔에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 농룽이 투숙했지만, 폭발 당시 현장에는 없었다. 셰이크 라시드 아흐메드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중국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인 대표단 4명이 이 호텔에 숙소를 잡고 있었다”며 “폭발이 일어났을 때 중국 대사는 회의에 참석하러 외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발루치스탄 주 정부는 이날 중국 대사와 잠 카말 발루치스탄 주지사가 만났다고 밝혔다.
테러 발생 몇 시간 뒤 파키스탄 탈레반은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자폭테러였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둔 탈레반과는 다른 조직이다.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발루치스탄 해방전선(BLF), 발루치스탄해방군(BLA), 이슬람국가(IS) 추종 단체 등 여러 분리독립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아라비아해에 접한 발루치스탄 지역에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자본을 들여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발루치스탄이 독립하기 전까지 어떤 투자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도 자행해 왔다. 2019년 5월 발루치스탄주 과다르의 고급 호텔인 펄컨티넨탈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벌여 호텔직원 등 5명이 숨졌다. 발루치스탄 해방군은 테러 직후 성명을 내어 “우리 부대원들이 펄컨티네탈 호텔에 머무르던 중국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파키스탄 남동부 카라치의 중국 영사관에서 자행된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도 발루치스탄 해방군이었다. 당시 공격으로 현지 경찰관 2명 등 7명이 숨졌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2015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과다르항을 철도·송유관 등으로 잇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총 62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은 중국에 400억달러의 빚을 졌고, 2019년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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