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등 세 개 부문을 휩쓴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로스앤젤레스 오스카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중국명 자오팅) 감독이 영화 <노매드랜드>(중국명 우이즈디·의지할 데 없는 땅)로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3개상을 휩쓸었지만, 중국 내부에서 관련 소식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자오 감독이 과거 중국 체제를 비판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바이두·텅쉰 등 중국 포털 뉴스를 검색하면, <노매드랜드>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고, 각종 인기 검색어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의 지식백과에도 자오 감독이 지난 10일 미국감독조합상 작품상을 수상한 내역까지만 언급돼 있다.
지난 1982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 감독은 14살 때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마친 뒤, 뉴욕대 영화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노매드랜드>는 경제 위기로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중년 여성이 홀로 방랑자의 삶을 시작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28일 열린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 수상했을 때만 해도 중국 웨이보에서는 관련 글 조회수가 3억5천만건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이후 그가 과거 중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자오 감독은 지난 2013년 영화 전문지 <필름메이커>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 있는 곳”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노매드랜드>의 중국 내 개봉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개봉하더라도 관객이 보이콧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지난달 9일 “중국은 세계 최대 영화시장이며, 중국 영화팬들은 안목이 있다”며 “자오 감독의 영화 개봉을 막지 말고 시장의 결정에 맡기도록 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H6s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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