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이 검토를 끝냈다고 밝힌 미국 대북정책의 얼개에 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기정 원장은 30일(현지시각)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제일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이날 미주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연 온라인 춘계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종래와 같은 강압론자들이 있고, 북한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하는 현실에서 군축으로 가야 한다는 사람들, 또 ‘팃 포 탯’(상대가 치면 나도 친다)으로 상황을 관리하자는 주장이 있다”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번 미국의 발표는 두번째와 세번째의 중간지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국이 비핵화의 목표는 유지하겠다는 것은 북을 핵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이는 두번째 방안(군축)과는 다른 것”이라며 “또한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것은 가만히 보면서 관리만 하겠다는 ‘팃 포 탯’과도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략적 인내 2.0으로 가지 않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면서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가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제일 바람직한 미국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미국 쪽도 이를 듣고 갔다며 “그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의사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일정 정도 반영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고 확인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그랜드 바긴)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 우방과 모든 단계마다 협의를 해왔으며 앞으로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을 사실상 방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전략적 인내’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통째로 맞바꾸려 한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빅 딜’ 방식을 버리고 제3의 접근을 취하겠다는 얘기다.
미 정부는 대북정책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행 방안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일괄타결이나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외교 접근법”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되,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어 주목된다. 또한 정부 관리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등 이전 합의에 기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합의 정신 계승을 강조해온 한국 정부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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