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국총기협회(NRA) 회장인 웨인 라피어와 부인이 2013년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사냥 도중 코끼리를 사살하고는 기뻐하고 있다. 트레이스/뉴요커 누리집 갈무리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가 회장의 코끼리 사냥 동영상 공개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지 주간지 <뉴요커>와 총기 관련 뉴스를 다루는 비영리 뉴스 웹사이트인 <트레이스>는 지난달 27일 웨인 라피어 전국총기협회 회장이 부인과 함께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사냥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당시 총기협회가 후원한 사냥대회에서 라피어가 부인과 함께 사냥총으로 코끼리를 정확히 겨냥해 사살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라피어 부부는 총에 맞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코끼리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서로 격려했다.
라피어 쪽은 총기협회의 파산보호 신청 심리를 앞두고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총기협회의 변호인은 총기협회의 광고회사였던 ‘애커먼 매퀸’의 간부인 토니 매크리스에 의해 영상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총기협회와 애커먼 매퀸은 수년 동안 법정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애커먼 매퀸 쪽은 총기협회의 파산신청이 제기되자, 이 단체를 책임질 독립적인 신탁관리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해 8월 법원에 총기협회의 전·현직 지도부가 총 6400만달러를 전용해 측근과 그들의 업체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단체 해산과 불법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총기협회는 지난 1월 파산보호 신청으로 이 소송을 무력화한 뒤, 총기 옹호론자가 많은 텍사스에서 법인 등록을 새롭게 하는 대응을 펼치고 있다. 뉴욕주 검찰과 애커먼 매퀸 등은 총기협회의 파산보호 신청에 맞서, 독립적인 신탁관리인을 지명해 뉴욕주에서 협회를 해산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총기협회는 이번주 초 성명을 내어 라피어 회장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라피어는 이번 소송 초반 뉴욕주 검찰총장 집무실에서 열린 변호인들과의 심문에서 협회와 관련된 판매업주가 소유한 대형 요트에서 가족들이 공짜로 즐겼고, 이와 관련해 이해상충 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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