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로드아일랜드주 노스 킹스타운 퀀셋 포인트 항공 방위군 기지에서 전용기 에어 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노스 킹스타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9일(현지시각) 미 정부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대한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를 통한 실용적 접근’이라는 기존에 밝힌 대원칙 아래, 대북정책의 세부적인 내용과 전략에서는 조정의 여지를 가급적 넓게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뒤 북한에 대한 구체적 조처를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외교 전략을 공개적으로 구체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동맹, 핵심 이해 집단, 미 의회 인사들에게 시도하려는 것은 미국이 어떻게 관여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감각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의 목표는 이 과정이 도전적일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우리가 계속 얻으려 노력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우리 스스로에게 최대한의 유연성(Maximum flexibility)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을 정확하게 펼쳐놓지 않겠다”며 “우리는 그것을 유연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해왔다는 말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대북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히진 않은 채, 북한의 반응에 따라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협상 전략에서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이지만, 이는 대북정책의 내용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아래 조정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의 유연성’은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과 대조되는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특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의 얼개를 소개했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도널드 트럼프의 ‘일괄 타결’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공동선언과 및 그 이전의 북-미 사이 합의들을 토대로 삼을 것이라는 점도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의 지난 18일 <연합뉴스> 인터뷰 등을 통해 분명히했다.
이를 두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구체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미 정부는 그 이상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이날 당국자 브리핑으로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을 ‘단계적 접근(스텝 바이 스텝)’이라고 해석하지만, 미 정부는 그 표현에도 선을 그으며 특정한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리부터 자세한 내용·전략을 청사진처럼 제시하고 단정적인 이름표를 붙였다가 스스로 발목을 잡아 협상력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지난 4일 자신이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누리집에 실은 글에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에 관해 일반적인 용어만 사용했다며 “협상 선택지를 유지하고 비판자들에게 일찍 먹잇감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예를 들어 ‘단계적 접근’의 경우, 미 국내에는 ‘북한에 양보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대한의 유연성’이라는 손짓만으로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를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이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이 시점에서, 대화를 촉진하려는 바람으로 종전선언 같은 구체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중국 견제 내용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 당국자는 ‘공동성명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담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 안보에 대해, 그리고 평화와 안전의 유지 문제에 관해 언급이 들어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