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인근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오후 워싱턴에 자리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했다. 미국 도착 뒤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20일)와 한국전쟁 참전 미 퇴역 군인 명예훈장 수여식 참석(21일)에 이은 한-미 동맹 강조 행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악관 근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이 행사는 이 기념공원 안에 한-미 동맹의 새로운 상징으로 높이 1m, 둘레 50m 규모의 원형 추모의 벽을 건립하기 위한 착공식이다. 벽면에는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3만6595명과 카투사 7174명 등 모두 4만3769명의 이름을 새길 예정이다.
백악관 앞 링컨기념관 근처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은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년 7월 완공돼 문을 열었다. 미군 등 19명의 한국전 참전 군인이 완전군장에 판초우의를 입고 정찰하는 모습을 동상으로 표현해놨다. 연간 40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이 기념공원의 한쪽 끝에 ‘기억의 연못’이 있는데, 이 둘레에 화강암 소재의 추모의 벽을 세우는 게 이번 공사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참전용사 및 전몰장병 유가족들에게 추모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첫삽을 뜨는 추모의 벽에는 4만3769명의 이름이 새겨진다”며 “1950년 낯선 땅에서 오직 애국심과 인류애로 자유와 평화의 길을 열었던 한 병사의 이름이 위대한 역사의 이야기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도 영광스러운 순간도 항상 함께해왔다. 앞으로도 동맹의 힘이 필요한 순간마다 한국은 변함없이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존 틸럴리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이사장,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이수혁 주미대사, 한국전 참전용사 및 유가족, 현지 교민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19명 동상의 모델 중 한 명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도 참석했다.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은 한국전 참전용사에 감사를 표하고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국가보훈처가 추진한 것으로,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이 통과된 뒤 성금 모금 등을 거쳐 착공에 이르게 됐다. 전체 건립 예산 2420만달러(274억원)의 97%가 넘는 2360만달러(266억원)를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8억원은 이 사업의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이사장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모금했다. 에스케이(SK) 등 국내 기업들도 후원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기념사와 지난해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 추모의 벽을 2022년까지 완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날 착공함으로써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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