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한 재단사가 정전으로 재봉틀 등을 쓸 수 없게 되자 잠시 쉬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 주요 도시에서 최근 전력 부족으로 인한 정전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폭염, 가뭄과 함께 비트코인 채굴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23일 <아랍뉴스> 등을 보면, 주말인 22~2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세 번째로 큰 도시 이스파한, 쉬라즈 등에서 정전 현상이 이어졌다. 온도가 높아져 전력 수요가 많아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지역별로 1~3시간씩 예고없는 정전이 진행됐다.
수도 테헤란 북부 지역은 22일 총 3차례 전력 공급이 끊겼다.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23일에는 2시간 이상 정전됐다. 이란 국영텔레비전은 테헤란을 비롯해 주요 도시들이 예고 없이 정전되면서 시민들 불만이 크고 기업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넉 달 여 동안 덥고 건조한 기후가 이어진다.
이란의 정전 사태가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더 일찍, 그리고 더 자주 정전이 발생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폭염으로 인해 전력 사용이 늘었고, 가뭄으로 인해 수력발전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올해는 이란 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이 늘면서 평소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정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란 전력공사(TAVANIR)는 최근 남동부 케르만시에 있는 중국-이란 합작 암호화폐 센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차단기도 했다. 이 회사는 175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1가정이 17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이번 정전으로 애꿎은 피해도 발생했다. 테헤란에 있는 이란 체스연맹 건물이 22일 예고없이 정전되면서 온라인으로 아시아 체스대회에 참가 중이던 이란 선수 2명이 경기에서 패했다. 이란 쪽 주최자인 샤디 파리다르는 이란 반관영 통신 <아이에스엔에이>(ISNA)에 “패배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숙소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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