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광부가 철광석을 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 자료사진
국제적인 원자재값 폭등세 속에 중국 제조업체가 추가 주문을 거부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등 자구책에 나섰다. 원자재값 상승분이 소비재로 전가되면, 소비가 줄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철강·구리·석탄을 비롯한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중국의 중소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주문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 경쟁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주문이 몰려들고 있지만, 생산 단가 상승으로 더 이상 이윤을 낼 수 없는 탓이다.
실제 중국 남부 광둥성 최대 규모의 철강 주조업체인 모던캐스팅(중국명 셴다이주조)은 최근 거래업체 쪽에 “원자재값 폭등으로 수익이 잠식돼, 더 이상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주문받은 물량을 제대로 납품하기 어려워졌다”고 통보했다. 생산을 늘릴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신문에 “지난해 철강제품 생산 총량은 약 5천톤인데, 올해 들어 4월까지 생산량은 월평균 400톤에 그쳤다. 5월 생산량은 200톤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은 지난해보다 올해 상황이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앞서 중국의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해, 2017년 10월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서도 원자재값 폭등세는 지속돼 철광석 1톤 가격이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값도 1톤에 1만달러 선까지 치솟았고, 아연값도 2주 전 3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중국 내 원자재값 폭등은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건설 등을 통한 빠른 경기 회복을 추진하면서 국내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며 “높은 원자재값이 계속 유지된다면, 역으로 중국 경제 회복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방향타 구실을 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23일 “비정상적 거래나 악의적 투기를 적발하고, 가격 담합과 가짜 정보 유출 등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발개위의 경고가 나온 직후인 24일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값이 7% 급락했으며, 상하이 시장에서도 7월 인도분 알루미늄값과 강철값이 각각 3%와 4% 떨어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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