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브리핑룸 연단 위 30년 만에 선 ‘흑인 여성’

카린 장피에르 수석 부대변인
52분간 기자들과 문답 주고받아
“역사상 가장 다양성 갖춘 정부
언제라도 진실되고 투명할 것”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26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1991년 주디 스미스 당시 백악관 부대변인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으로서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선 인물로 기록됐다. 동성애 여성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가 백악관 브리핑을 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질문 고마워요. 오늘 여기 서 있는 것은 정말 영광입니다. 그 역사적 성격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카린 장피에르(43) 미국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기자의 질문은 ‘오늘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은 역사다. 당신은 그 연단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대변해 말하는 흑인 여성이다. 소감이 어떨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선 장피에르는 공개적으로 동성애 여성임을 밝힌 이가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흑인 여성으로서는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 주디 스미스 부대변인 이후 30년 만이다.

장피에르는 기자들에게 “이 연단에 선 것, 이 방에 있는 것, 이 건물에 있는 것은 한 사람에 관한 게 아니라 우리가 미 국민을 위해 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해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그가 내게 이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이 정부가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갖춘 정부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단에 서는 언제라도 우리는 진실되고 투명할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우리가 국민과 소통하기 바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52분간의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기원 논란에 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조사 지시, 캘리포니아주 총기 사고, 예산안 등에 대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아이티 이민자의 딸인 장피에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으며, 대표적 진보 시민단체인 ‘무브온’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최고 참모로 일했다고 <더 힐>은 전했다. 젠 사키 대변인이 1년만 역할을 맡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장피에르는 그 후임자 후보군의 한 사람이다.

사키 대변인은 트위터에 “오늘은 백악관과 공보실에 대단한 날이다. 내 진정한 파트너 장피에르가 처음으로 온전한 브리핑을 하면서 혼자 힘으로 역사를 만든다”며 “하지만 그의 재능과 탁월함, 훌륭한 영혼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그를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 같은 행정부’를 만들겠다며 다양성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전 사키 대변인, 케이트 베딩필드 공보국장 등 백악관 공보팀 선임 참모 7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웠다. 7명 가운데 장피에르와 애슐리 에티엔(부통령실 공보국장), 시몬 샌더스(부통령 수석대변인) 등 3명이 흑인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