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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위기 대응’ 앞장 환경운동, 석유 공룡들에 ‘역사적 승리’

등록 2021-05-27 14:53수정 2021-05-28 21:30

석유기업에 친환경 이사 선임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반대에도
화석연료 중심 정책 비판해 온
‘엔진 넘버 원’ 추천 3명 선임 전망
WSJ “석유 거인의 역사적 패배”

기후변화에 더 큰 책임 물어
법원, 셸에 탄소배출량 감축 명령
“소비자 사용연료의 탄소도 줄여야”
셰브론 주주들도 감축 결의안 지지
경영진 기후위기 대응 압박 더 커져
세계 최대 정유기업 중 하나인 미국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즈가 2017년 3월1일 뉴욕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정유기업 중 하나인 미국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즈가 2017년 3월1일 뉴욕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구촌 환경주의 운동이 석유 메이저들을 상대로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26일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주주 표 대결에서 환경주의 정책을 촉구하는 주주들이 요구하는 이사들이 선임됐다. 석유 메이저인 ‘로열 더치 셸’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법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9년 수준에서 45%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셰브론의 주주들은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최종 사용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같은 날 일어난 이런 움직임들은 그동안 화석연료 경제의 엔진이던 거대 다국적 회사인 석유 메이저에 대한 환경운동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석유 메이저들로서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기로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엑손모빌은 이날,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 등 기존 이사 8명 외에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 넘버원’이 추천한 2명 등 모두 12명을 이사로 선임했다. 엔진 넘버원은 엑손모빌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을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주장해왔다.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 투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엔진 넘버원이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최종적으로 3명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소비 부진으로 22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엑손모빌은 최근 몇년 동안 석유 및 가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 아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데 지출을 늘려왔다. 경쟁 석유회사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여온 것에 반해, 엑손모빌은 이런 사업 방침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는 이번 주총에 앞서 엑손모빌이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는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엔진 넘버원의 이사 추천을 반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엔진 넘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엑손모빌이 화석연료에 대한 집중 탓에 “실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며,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회사의 개혁을 촉구했다.

주가 총액이 2500억달러인 엑손모빌의 주식 중에서 이 펀드는 5천만달러만 소유하고 있으나, 주요 기관투자가와 개인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엑손모빌의 2대 주주인 대형 사모펀드 ‘블랙록’은 엔진 넘버원이 추천한 4명의 주주 중 3명을 지지했다. 엑손모빌의 주주들은 또 기후 및 풀뿌리 단체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이 회사의 로비 활동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대책에도 찬성했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는 “변화를 촉진하는 주주들의 열망에 대해 들었고, 우리는 이에 잘 대응하기 위한 입지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및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사태가 “석유 거인의 역사적 패배”를 상징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주주들의 점증하는 우려와 더욱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엑손모빌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메이저인 로열 더치 셸은 탄소배출량 감축에 관한 법원 판결로 기후변화에 대한 더 광범위한 책임을 지게 됐다. 헤이그 법원은 이날 탄소배출량 감축을 구체적으로 명령했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법원은 셸이 시추 등 석유 채굴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방출하는 탄소량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석유, 가스 등 연료의 탄소배출량 감축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판결이 석유회사들에 새로운 법적 분쟁을 안겨주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변호사 및 컨설팅 회사들의 진단을 전했다. 석유회사뿐 아니라 다른 공해산업 회사들도 더 엄격한 환경규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네덜란드 지부가 제기했다. 이 단체는 석유 및 가스를 생산해온 셸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고, 이에 영향받는 사람들을 보살필 의무를 위반하고 이 회사의 인권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셸이 탄소 배출을 줄일 의무를 위배하지는 않았으나 “임박한 위반”이 있다면서, 감축 목표치를 설정했다.

셰브론에서는 주주들이 나서서 ‘셰브론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뿐 아니라 회사 제품의 최종 사용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도 감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지지했다.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으나, 회사 경영진들로서는 탄소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더욱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책임에 이어 기업 책임까지 묻는 유럽 사법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지난해 12월 기후운동단체 등이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농민·노동자 등을 대신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차별 행위가 아닌 이상 법인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며 기업은 조사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이 사건을 맡은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한국 법원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법원과 달리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에 소송을 해도 원고 피해가 기업의 책임이 맞는지를 두고 유럽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손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민사소송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2019년 기준 포스코가 1위다. 2~6위는 석탄화력발전을 주로 하는 발전사들이다. 이어 현대제철, 삼성전자, 쌍용양회(시멘트), 에쓰오일, 엘지화학이 뒤를 잇는다.

정의길 선임기자, 최우리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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