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던 에버기븐호. AP 연합뉴스
수에즈 운하 당국이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자초됐던 화물선 에버기븐호 사고 원인은 “선장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를 조사 중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이하 수에즈운하청)의 수석조사관인 사예드 세이샤는 “사고를 낸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운하의 제방에 걸리기 전 좌우로 급격히 방향을 바꾸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선장이 평형을 복원하려고 시도하기 전 12분 동안 8차례나 지시를 내렸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는 이날 수에즈운하청에서 기자들에게 “운하청이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의 결론을 내렸다”며 선장의 과실에 의한 사고라고 책임을 물었다. 그는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로 들어서면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중심을 잡기 위해 후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선박의 반응이 너무 느리자 선장이 배의 속도를 올렸으며, 그러다 배가 왼쪽으로 치우쳐졌고,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지적했다. 선박이 좌우로 방향을 크게 바꾸다 운하의 제방에 좌초됐다는 것이다.
앞서, 수에즈운하청의 청장 오사마 라비는 지난 26일 <로이터> 통신에 “사고 원인은 과속과 선박의 방향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선박이 좌초되기 전 시속 25㎞로 운항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운하 내에서 좁은 남쪽 구간에서의 적정 운항 속도인 시속 8~9㎞를 훨씬 상회하는 속도다.
그는 “그런 속력은 아주 빠른 것이고, 방향타도 수평이 아니었다”며 “많은 기술적 결함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방향타의 크기가 그 배의 크기에 비해 적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당국은 사고 뒤 이 선박을 압류해 피해배상 청구 재판을 열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배상액으로 5억5천만달러(약 6127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에게 있느냐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결정적인 관건이다.
에버기븐호의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 쪽은 이집트 법정에서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선박의 수로 진입을 허용한 것이 잘못이라며 운하청의 수로 안내인과 통제센터 사이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사마 라비 청장은 “선장은 그 배의 성능에 대해 알고 있다”며 “그래서 그가 와서 ‘진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날씨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며 선장이 나쁜 날씨에 운하 진입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에버기븐호는 지난 3월23일 거센 바람 속에서 운하에 진입했다가 좌초됐다. 이 사고로 일주일 동안 운하 통행이 막히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벌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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